KAIST “과도한 기억 형성 억제…PSTD 줄일 매커니즘 규명”

‘외상 후 스트레스(PTSD)’의 원인이 되는 과도한 기억 형성을 억제해 PTSD 발생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국내에서 제시됐다.

인간의 뇌는 매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고, 소멸시킨다. 기억 형성과정은 ‘해마’라는 뇌 부위에서 이뤄지며, 여기서는 양성적 신호와 음성적 신호가 균형을 맞춰 최적의 기억 형성을 유지한다.

하지만 양성 조절 인자가 부족하면 기억 형성에 문제가 생기고, 음성 조절 인자가 손상되면 과도한 기억이 형성된다. 후자(과도한 기억 형성)는 PTSD 등 정신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KAIST는 생명과학과 허원도 교수 연구팀이 뇌에서 기억 형성을 조절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규명해 PTSD 등 과도한 기억 형성에 의한 정신질환의 새로운 분자적 기전을 밝혀냈다고 15일 밝혔다.

기억 형성 단계에서 단백질(PLCβ1)을 활성화했을 때 나타난 공간 공포 기억 반응의 수치 증감 변화자료. KAIST 제공

우선 연구팀은 단백질(PLCβ1)이 해마에서 기억 억제자로 작용해 과도한 기억 형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단백질은 다양한 뇌 신경전달물질들에 의해 활성화되는 대표적인 세포 내 신호전달분자효소다. 연구팀은 기억 형성과 소멸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의 기능을 규명하는 동시에 PTSD 등 과도한 기억 형성에 의한 정신질환의 새로운 분자적 기전을 밝히는 데도 기여했다.

실험에서 연구팀은 단백질을 결핍시킨 마우스는 과도한 기억 형성과 공포 반응이 증가하고, 반대로 단백질이 과발현하거나 광유전학으로 활성화된 마우스는 과도한 공포 반응이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단백질이 기억 형성 초기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적절한 기억 형성을 유도함을 의미한다.

특히 연구팀은 빛으로 제어하는 광유전학 기술을 개발, 단백질의 기능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기술은 빛을 이용해 특정 단백질을 활성화하거나 비활성화할 수 있어, 뇌의 특정 부위에서 일어나는 신경 활동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광유전학 기술이 신경 과학 연구 뿐 아니라 PTSD 등 정신질환의 원인을 규명하는 동시에 혁신적인 치료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

허원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백질이 해마에서 기억 형성 초기 단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내 PTSD 등 정신질환의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며 ”무엇보다 연구팀은 단백질의 기능을 정밀하게 조절, 과도한 공포 기억 형성을 억제하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다만 “다만 연구 결과가 실제 치료에 적용되거나 단백질 신호 억제가 다른 뇌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인간에게 적용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임상 연구는 추가로 필요하다”고 부연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 연구사업, KAIST 글로벌특이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