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끝난 英·佛, 막대한 부채 덮친다

부채·적자 급증 속 오히려 정부 지출 확대

영국과 프랑스의 총선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졌지만 새 정부는 출범 즉시 막대한 공공부채라는 장벽에 직면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프랑스 총선 투표 결과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1당에 올랐고 앞서 지난 4일 치러진 영국 조기 총선에서는 노동당이 412석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해 14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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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프랑스의 공공 부채는 수십 년 만에 최고치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지출과 재정 적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웃돈다. 경제학자들은 지출 감소나 세금 인상 등 재정 억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 국가 정당의 선거 공약을 보면 오히려 정부 지출을 크게 늘리는 기조다.

프랑스 NFP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해 진통 끝에 밀어붙인 연금 개혁안을 폐기하고 정년을 60세로 낮춘다고 공약했다. 연금 개혁안은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2030년까지 점진적으로 64세로 늘리고, 연금을 100% 수령하기 위한 기여 기간을 기존 42년에서 43년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또 최저임금을 현재 월 1398.69유로(약 209만원)에서 1600유로(약 239만원)까지 올리고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업급여 수령 조건을 까다롭게 한 마크롱 정부의 실업 보험 개혁 정책도 폐기한다.


여기에 과반 정당이 없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되면서 애널리스트들은 의회가 교착상태가 돼 국가 부채를 줄이려는 노력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프랑스의 올해 공공적자는 GDP의 약 5%에 달할 전망이다. S&P는 지난 5월 프랑스 신용등급을 AA-로 낮췄다.

영국 노동당은 주택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5년 내 주택 150만채를 건설하고, 국민보건 서비스 강화, 청정에너지 지원 등 공약을 내걸었다. 국가 재정이 크게 투입돼야 하는 공약이지만 소득세, 부가가치세, 건강보험료 등 근로자 증세는 물론 법인세 증세도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정부 부채는 GDP의 101%인 2조7000억파운드(약 4770조원)이며 재정적자는 GDP의 6%인 408억파운드(약 72조765억원)에 달한다. 영국 싱크탱크 재정연구소(IFS)는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공약을 내세웠다고 평가했다. 이사벨 스톡턴 IFS 수석연구경제학자는 "성장은 실망스러울 것이고 부채 이자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영국의 공공부채는 2007년 GDP의 43%, 2019년 86%에서 올해 104%까지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는 2007년 65%, 2019년 97%에서 올해 112%로 추산된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은 더 심각하다고 WSJ는 평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의 공공부채는 2019년 GDP의 108%에서 올해 123%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부채 축소에는 관심이 없다.


홀거 슈미딩 베렌버그 수석경제학자는 "미국은 다른 누구보다 더 오랫동안 지속 불가능한 재정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WSJ는 GDP 대비 공공부채가 이같이 높았던 시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가 마지막이라고 밝혔다. 당시 각국 정부는 강력한 경제 성장과 군사 지출 삭감으로 부채 부담을 덜었다. 예컨대 영국은 군사 지출을 1950년대 초 10% 이상에서 현재 2%로 낮췄다. 그러나 현 상황은 전후와는 다르다. WSJ는 "인구가 고령화되며 의료 및 연금 공공 지출이 증가 추세를 보일 것"이라며 이번에는 정부 지출의 어느 부분이 줄어들지 알기 어렵다"고 밝혔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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