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의 프로스포츠 중계는 세계적 흐름이다. 애플TV는 지난해 25억 달러(약 3조4750억 원)을 들여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10년 치 중계권을 사들였다. 이전까진 디즈니 산하 ABC 방송과 ESPN, 폭스 채널 등에서 경기를 송출했다. 리오넬 메시가 인터 마이애미 CF로 이적해 세계적 관심이 쏠리면서 중계권 향방은 오리무중이 됐다. 애플TV를 비롯해 아마존프라임비디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파라마운트 등 열다섯 업체가 입찰에 나섰다. 뜨거운 경쟁 속에 중계권료는 천정부지로 뛰었다.
프로축구뿐만이 아니다. 아마존프라임비디오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매주 목요일 밤 미식축구를 독점 중계한다. 대신 매년 10억 달러(약 1조3915억 원)를 미국프로풋볼(NFL)에 지불한다. 넷플릭스도 지난 1월 미국 프로레슬링 리그 WWE 중계권을 50억 달러(약 6조9500억 원)에 가져갔다. 최장수 인기 주간 프로그램 '먼데이 나이트 로우(Monday Night Raw)'를 10년간 미국, 영국, 캐나다, 라틴아메리카 등에 단독 송출한다. 5년 뒤 계약을 중단하거나 추가로 연장하는 우선권도 확보했다.
경쟁 업체들의 프로스포츠 스트리밍 중계에 위협을 느끼고 단행한 투자다. 특히 계약 열흘 전 NBC유니버셜의 피콕이 중계한 캔자스 시티 칩스와 마이애미 돌핀스의 NFL 경기가 계약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스트리밍 라이브 이벤트 역대 최다인 2300만 명을 구독자로 끌어모아서다. 시청자는 단 한 경기를 보기 위해 세금 포함 6달러 50센트(약 8700원)를 지불했다.
이 같은 흐름은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감지된다. 프로축구 J리그가 2017년부터 OTT를 통해 방영된다. 영국 미디어 그룹 퍼품 산하 다즌(DAZN)이 10년간 2100억 엔(약 1조 8297억 원)에 중계권을 사들였다. 2020년에 2년을 연장해 계약 규모는 12년간 2239억 엔(약 1조 9508억 원)으로 확대됐다.
OTT들이 프로스포츠 중계에 열을 올리는 건 단순히 고정 팬덤을 확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동안은 대중의 비일상적 시간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구독자가 보고 싶은 콘텐츠가 생기면 날을 잡아 몰아서 보도록 유도했다. 그러다 보니 같은 전략을 펴는 영화관 등과 빈번하게 충돌했다. OTT는 시공간 제약이 거의 없는 장점과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경쟁에서 곧잘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꾸준한 수익 창출 차원에서 계속 어려움을 겪었다. 매력적인 콘텐츠가 고갈되면 구독 취소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프로스포츠 중계권 확보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할 첫 단추와 같다. 속성이 대중의 일상적 시간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최소 매주 한 번씩 열려 시청자를 오래 묶어둘 수 있다. 알고 보면 그동안 TV 방송국과 포털 사이트가 주도해온 영역이다. 실시간 뉴스 보도, 스포츠 생중계 등으로 시청자가 일상적으로 찾아오게끔 유인했다. 해외 OTT들의 과도한 지출에는 이 같은 시스템을 고스란히 가져가려는 욕망이 숨어 있다. 한국 프로야구(KBO) 온라인 중계권을 독점한 티빙도 다르지 않다. 3년간 1350억 원이라는 파격적 계약은 시작에 불과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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