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대통령 발언의 무게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전
경제적 기회가 정쟁으로 허점 투성이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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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영일만 석유 가스전에 최대 140억배럴(석유환산기준)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기관과 전문가들 검증도 거쳤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3일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에서 전 국민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경북 포항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능성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계부처 보고를 받은 지 하루 만에 부랴부랴 직접 국정 브리핑에 나섰다. 국민이 최장 30년을 사용할 수 있는 천연가스와 4년간 쓸 수 있는 석유다. 석유와 가스를 수입에 의존해온 자원 빈국 대한민국이 산유국 반열에 올라설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줬다.

윤 대통령이 국정브리핑 형식으로 현안을 설명한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높은 물가와 경제 불안에 지친 국민들에게 비단 20%의 가능성이라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을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 가스의 최대 매장 가능성 140억배럴을 가치로 환산했을 때 440조~450조원 범위에서 움직이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최대 2200조원에 달하는 숫자로 우리나라 1년 국내총생산(GDP)와 맞먹는 규모다. 잘만 되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석유 가스의 에너지 자립은 물론 수출까지 넘볼 수 있게 된다.


1개 유망구조(매장 가능성이 큰 지역) 시추에 필요한 돈은 1000억원가량. 정부는 동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분석했던 미국 액트지오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심해 유망구조 1곳의 개발 성공 가능성을 약 20%로 보고 5000억원 이상을 들여 적어도 5곳의 시추 탐사를 해야 한다고 봤다.

시추 단계부터 막대한 비용이 들어 부채(약 20조원)가 자본보다 많은 자본잠식 상태인 한국석유공사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매장 가능성을 현실 자원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예산 확보를 위한 여야의 합의는 필수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이후 야권에서는 포항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는 산업부와 석유공사가 액트지오 선정의 적절성, 입찰과정, 사업성 평가결과 자료, 국내외 자문단 명단, 회의록 및 결과보고서 등에 대한 불신 목소리가 짙다. 민주당 소속 포항북구 지역위원장 입에서 영일만 단층구조 특성상 시추작업 과정에서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2017년 11월 포항 대지진 트라우마로 지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포항 지역주민들의 아픔까지 건드려가면서.


윤 대통령은 22대 국회 원 구성을 놓고도 여야 간 정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잊은 듯 하다. 김건희 여사 특검, 채상병 특검을 넘어 윤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될 정도로 여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윤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일단 반대부터 하고 보는 게 지금의 야권이다.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 매장 이슈도 예외가 아니다.


윤 대통령의 입 대신 산업통상자원부가 철저한 준비를 거쳐 차분하게 석유·가스 매장 사실을 알렸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오매불망 바라던 산유국 가능성이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시기에 트집이 난무하는 지금 상황은 달라졌을 수 있다. 경제적 이득이 분명한 가능성이 정쟁으로 허점 투성이로 전락한 현실이 안타깝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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