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심해 첫 탐사, 실패도 의미"…석유 개발을 해야하는 이유

에너지 전문가들이 바라본 영일만 석유 논란
"성공확률 20%면 시추…해양주권 확보"
실패해도 심해 자료 축적·인력 양성 성과
美 액트지오 고문은 층서 트랩 전문가
물리 탐사 자료 해석엔 많은 인력 필요 없어
탄소중립 시대해도 '원료'로서 석유수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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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영일만 석유 탐사를 두고 연일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자문을 맡았던 미국 액트지오(Act-Geo)사의 신뢰성부터 20%의 확률에 대한 위험성, 2050년 탄소중립에 대한 역행 등 논란거리도 다양하다.


이에 대해 국내 다수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번 동해안 석유 탐사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탐사를 통해 실제 석유 매장이 확인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설사 실패한다고 해도 심해에 대한 각종 데이터 확보와 탐사 노하우 축적 등 유무형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탄소중립 시대에도 ‘산업 원료’로서 석유의 지위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 및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 및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북 포항 영일만 8광구 및 6-1광구(북부/중동부)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심해 석유 개발 프로젝트다. 심해 지역은 천해에 비해 석유 매장량이 많지만 실제 탐사 및 개발 능력을 보유한 곳은 엑손모빌, BP, 셸 등 몇몇 글로벌 석유 회사로 국한된다. 2004년 7월부터 천연가스와 초경질유를 생산해 우리나라를 95번째 산유국의 자리에 올려놓은 동해가스전은 천해(낮은 바다)에 있고 생산량은 원유 환산 4500만 배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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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는 2005년부터 심해 지역 탐사를 시작했다. 호주 우드사이드는 2007년에 합류해 2023년 1월 철수했다. 석유공사는 그동안 유망구조 3곳을 발견하고 탐사 시추까지 마쳤다. 이른바 ‘주작’, ‘홍게’, ‘방어’가 그것이다. 유망 구조란 석유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형 구조를 말한다.


이중 홍게 지역에서는 가스층을 발견했으나 이산화탄소(CO2) 함량이 너무 높아 경제성이 없었고 방어 지역은 압력이 높아 개발 위험이 컸다. 하지만 3번의 탐사 시추를 통해 석유 매장의 4대 조건(근원암·저류암·덮개암·트랩)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우드사이드가 철수한 후 석유공사는 그동안 탐사 자료를 모아 액트지오에 자문을 맡겼고 액트지오는 추가로 7개의 유망 구조를 확인했다. 7개 유망 구조중 한 곳의 이름이 ‘대왕고래’다.


액트지오는 믿을 만한 곳인가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액트지오의 신뢰성이다. 액트지오는 미국 엑손모빌 등에서 약 30년간 석유 개발에 참여했던 비토르 아브레우(Vitor Abreu) 박사가 설립한 곳으로 사실상 1인 기업이다. 석유공사는 공개 입찰에 응한 3곳중 가격 및 기술 평가를 통해 액트지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국가적 프로젝트의 용역을 이처럼 소규모 기업에 의뢰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석유공학 관련 전문가들은 아브레우 박사의 전문성에 대해서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 또 탐사 자료를 해석하는 작업은 고도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소수의 인력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종근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한국석유공학회 회장)는 "물리 탐사 3단계중 마지막 단계인 해석은 해당 분야 지식과 경험이 있는 소수가 진행한다"며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미국 액트지오(Act-Geo)의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가 기자들의 질문을 답하고 있다. 그는 방한 중 석유 매장 가능성을 분석한데 대해 설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미국 액트지오(Act-Geo)의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가 기자들의 질문을 답하고 있다. 그는 방한 중 석유 매장 가능성을 분석한데 대해 설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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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에 탐사를 진행한 광구는 ‘층서 트랩(Stratigraphic Trap)’으로 기존에 우리나라가 탐사했던 ‘구조 트랩(Structural Trap)’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아브레우 박사는 층서 트랩 분야에서 세계 몇 안 되는 전문가라고 한다.


곽원준 한국석유공사 수석위원은 "층서 트랩은 발견하기 어려운 기술로 전 세계적으로 대가는 몇 명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브레우 박사는 석유개발 관련 명문대학으로 통하는 미국 라이스대학에서 순차 층서학을 강의하기도 했다.


실패 확률 80%, 도전할 만한가

아브레우 박사는 엑손모빌 재직 시 ‘금세기 최대 심해 유전’이라고 불리는 가이아나 유전 개발을 맡기도 했다. 이번에 발견한 7개의 유망 구조는 가이아나 유전과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번에 탐사한 유망구조의 탐사 성공률이 20%라고 밝혔는데 이는 가이아나 유전의 시추전 탐사 성공률(16%)보다 높은 것이다. 최종근 서울대 교수는 "20%면 가능성을 보고 시추를 한다"고 설명했다. 동해가스전도 11번째 시추 끝에 개발에 성공해 누적 1조400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일부에서는 80%의 실패 확률에 초점을 맞춘다. 본격적인 개발에 앞서 석유 매장을 확인하는 탐사 시추에는 약 1000억원이 소요된다. 정부는 20%의 확률을 고려해 7개의 유망구조 중 5개를 시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50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실패 확률이 높은 프로젝트에 이 정도 큰 규모를 쏟아붓는 것이 맞느냐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패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탐사 시추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패를 두려워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에너지 안보, 해양 주권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심해 탐사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기술을 축적하고 인력을 양성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처음 시추해서 석유가 나오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엄청난 자료를 얻을 수 있고 개발 전략을 다시 수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심해라는 곳은 전 세계적으로 탐사가 이루어진 곳이 많지 않다"며 "심해를 탐사하고 시추 자료를 얻는 것도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탄소중립 시대, 석유 개발해야 하나?

일부에서는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지금 화석연료인 석유를 개발하는 것이 시대적으로 맞느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석유 수요가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데 굳이 석유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시대에도 산업 원료로서의 석유의 수요는 여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는 자동차 등 수송용 연료로도 사용되지만 의류, 건설 자재, 포장재, 자동차 소재 등 다양한 산업 제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수입하는 석유의 약 60%를 이같은 석유화학 제품 생산에 사용한다. 김윤경 이화여대 교수는 "아직 산업 원료로 석유를 대체할 만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석유를 끊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천연가스는 석탄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을뿐더러 개질을 통해 수소를 생산할 수도 있다. 개질 수소는 탄소 포집 기술을 이용하면 청정 수소(블루 수소)가 된다. 청정수소는 전 세계적으로 ‘무탄소 에너지’로 인정받는 추세다. 채굴이 끝난 가스전은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저장(CCS)할 수 있는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다.


전기차 시대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석유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석유 수요가 정점에 이르는 이른바 오일 피크(oil peak) 전망 시기도 점점 늦춰지고 있다. 최근 에너지컨설팅업체 리스태드(Rystad)는 2030년대에 이르러서야 석유 피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개발을 통해 석유가 매장된 것을 확인한다면 실제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자원 안보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금고에 언제든지 쓸 수 있는 돈을 쌓아놓고 있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내달 첫 시추 위치 결정…광구 재조정해 투자 유치

정부는 12월에 처음 시추할 유망 구조의 위치를 내달 중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 드릴십(시추선)이나 보급선 계약은 마친 상태다.


시추 작업에 3개월, 자료 검토에 3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이를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에는 1차 시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10일 열린 브리핑에서 "다음 달 중 동해 심해가스전 개발 전략회의를 열어 시추와 관련된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해외 투자 유치 방향에 대해서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관련 브리핑을 열고 있다. 2024.6.10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관련 브리핑을 열고 있다. 2024.6.10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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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8광구와 6-1 북부 광구, 6-1중동부 광구 등 3구역으로 나뉘어 있는 광구도 재설정할 계획이다.


최 차관은 "해외 투자 유치와 관련해서는 협상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씀을 드릴 수는 없지만 많은, 복수의 기업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재설정된 광구별로 단계적 투자유치를 추진하되, 외국인 지분참여 여부와 참여 수준, 시기 등 차별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석유 개발은 어떻게 이뤄지나

석유·천연가스 개발은 크게 탐사, 개발, 생산의 과정을 거친다. 이중 탐사 과정에서는 물리탐사 자료 수집, 전산처리, 자료 해석의 과정을 거쳐 유망 구조를 찾아낸다. 이후 탐사 시추를 통해 석유의 부존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물리탐사 과정에서는 땅속 구조를 알아보기 위해 탄성파를 이용한다. 석유가 묻혀 있을 곳에 음파를 쏘아 지형 구조를 알아보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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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가 매장돼 있으려면 퇴적한 유기물에서 석유가 만들어지는 근원암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석유는 저류암(저류층)에 쌓이게 된다. 덮개암은 석유가 빠져나오지 않게 막아주는 뚜껑 역할을 한다. 이처럼 석유가 천연가스가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단단히 묶어둘 수 있는 지질구조를 트랩이라고 한다.


석유공사와 액트지오는 영일만 일대에서 이렇게 석유가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망 구조 7곳을 발견한 것이며 실제 석유 부존 여부는 탐사 시추를 해봐야 확인할 수 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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