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영유아를 키우는 기획재정부 직원들은 재택근무에 돌입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저출산 대책의 핵심인 ‘일·가정 양립’을 우리부터 먼저 실천하자고 주문한 효과다. 타 부처와 비교해 업무량이 많아 과로에 시달리던 기재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파격적인 혜택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관가에 따르면 기재부는 실·국별로 마련한 재택근무 제도를 이달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재택근무가 허용된 직원은 만 2세 이하(36개월 미만) 자녀를 둔 기재부 직원이다. 재택근무는 한 달에 두 번 원하는 날짜에 쓰거나, 일주일에 한 번씩 반드시 원격으로 근무하는 등 부처별 상황에 따라 자체적으로 이뤄진다. 또 5급 이하 젊은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재택근무에 임하도록 과·국장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자유롭게 신청하도록 했다. 이미 일부 부처에서는 사무관들이 재택근무를 위한 결재를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재택근무에 돌입한 직원들에게는 ‘온북’도 주어질 예정이다. 온북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이 출장·재택근무 시 사용하는 노트북이다. 그간 공무원들은 보안 때문에 현장 사무실로 출근해 일해야 했지만 온북을 사용하면 외부에서도 업무처리가 가능해진다. 재택근무에 필수적인 기기지만 수량이 한정적이어서 외부 출장이 많은 부서에 우선 공급해 왔다.
최 부총리는 취임 이후 기재부에도 일·가정 양립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밝혀왔다. 실제 최 부총리는 지난 3월 일·가정 양립이 포함된 저출산 대책을 보고받고 ‘우리는 잘하고 있는지 알아보라’라는 지시를 내렸다. 같은 달에는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여성 직원 20여명과 2시간30분 동안 간담회를 하기도 했다. 당시 직원들은 최 부총리에게 업무량은 어쩔 수 없으니 최소한 집에서 일을 마칠 수 있도록 재택근무 기반을 갖춰 달라고 요청했다. 4월에는 주요 20개국(G20) 재무부 장관 회의차 방문한 미국에서 온북을 이용해 전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원격·재택근무 활성화를 장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지난달에는 가정의 달을 맞아 ‘일·가정양립 실천선언’을 선포했다. 점심시간 전후 1시간을 자녀돌봄 등 개인 용무에 활용하도록 허용하고, 탄력·원격근무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자녀 방학 기간에는 특별 재택근무 활성화 기간도 운영하기로 했다. 임신을 준비하고 있거나 임신·육아기 직원은 난임치료시술휴가, 모성보호시간, 육아시간활용지원 등을 누리도록 근무 형태를 유연화하는 방침도 담았다.
달라진 조직 분위기에 일선 사무관들 사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한 기재부 사무관은 “가정에 충실하고 싶었어도 기재부 업무 때문에 쉽지 않았다”면서 “재택근무 인프라까지 갖춰진 만큼 유연한 근무제도가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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