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美경기침체 지표, 이젠 안통한다?"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땐 경기침체' 공식 깨져
역대 최장기간 지속에도 美경제 성장 견조

미국에서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되면 경기침체가 닥친다는 월가의 오랜 공식이 깨지고 있다. 장기채인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단기채인 2년물 금리를 밑도는 추세가 역대 최장기간 지속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미 경제 성장이 견조한 것으로 확인돼서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월가가 선호하는 경기침체 지표가 자체적으로 침체 상태에 있다'라는 기사를 통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금리는 4.56% 선을 나타내며 2년물(4.98% 선), 3개월물(5.38% 선)을 하회했다. 10년물과 2년물 간 역전 현상은 2022년 7월 초 이후 지속되고 있다.


WSJ는 "사상 최장기간 역전"이라며 "국채금리 역전 현상은 오랜 기간 경기침체가 다가오고 있다는 거의 확실한 신호로 여겨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 연속성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미 경제는 견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2분기 경제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달 신규 일자리가 17만5000개 이상 추가되는 등 노동시장도 탄탄하다. 뉴욕증시에서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지난해 24% 상승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두 자릿수 랠리를 나타내고 있다. UBS는 이날 S&P500지수의 연말 목표치를 기존 5400에서 5600까지 상향했다. 올해 S&P500 상장기업의 주당이익 전망치 역시 245달러로 높였다. 이는 모두 통상적인 경기 회복 징후로 평가되는 부분이다.


에버코어ISI의 에드 하이먼 회장은 "(경기침체 공식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경제는 괜찮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번에 경기침체가 늦게 닥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월가 안팎에서 오랜 시간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경기침체 전조로 해석돼온 데는 이유가 있다. 만기가 긴 장기물 금리의 경우 통상 투자자들이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시점에서 단기물 금리보다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금리 인하는 경기가 어려울 때 부양을 위해 단행되는 조치다.

지금까지 8차례 금리 역전 상황에서 모두 경기 침체가 뒤따랐었다. 1968년 이후 10년물 금리가 1년물 금리를 밑도는 상황이 최소 한 달 이상 이어질 경우, 경기침체가 현실화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9~24개월로 파악됐다.


1986년 이러한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과 미 경제 성장의 연관성을 처음으로 주목한 인물 중 한명이 바로 듀크대의 캠벨 하비 교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비 교수조차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침체 선행지표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경기침체 지표로서의 신뢰도가 약화됐다는 평가다.


하비 교수는 "채권시장 단일 지표만으로 복잡한 미 경제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순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서 2022년 말에도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에 따른 침체 가능성에 신중하게 선을 그으며 "상황이 다르다"고 밝혔었다. 당시만 해도 Fed의 고강도 긴축 등으로 곧 경기침체 전망이 확산했을 때였다.


일각에서는 최근 지표가 예상보단 둔화했다는 점 등을 들어 경기침체가 지연되고 있을 뿐이란 분석도 나오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연착륙을 더 우세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마누라이프의 수석 채권트레이더인 마이클 로리조는 "사이클 초기 역전 현상이 투자자들의 심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일종의 뉴노멀이 됐다"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