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죠, 배터리]수십개월 햇볕에 말리던 리튬추출법의 진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리튬
최근 케즘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수요 증가

12~18개월 이상 고지대서 자연 증발 시키던
추출하던 전통적인 리튬 추출 공법도 고도화
흡착제·플라즈마 등 활용 직접 추출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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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리튬 추출법이 진화하고 있다. 리튬이 녹아 있는 소금물을 수십개월 햇볕에 말려 추출하던 과거 방식에 벗어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리튬은 가장 가벼운 금속 중 하나다. 전기 에너지를 머금은 리튬 이온이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를 이동하면서 배터리의 충·방전 작용이 일어난다. 대세로 자리잡은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리튬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등에서도 황화리튬 등으로 화합 물질이 달라질 뿐 여전히 리튬은 꼭 필요한 물질이다. 에너지 전문 조사 기관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지난해 60만t 수준이던 배터리용 리튬의 수요는 2030년에 218만t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캐즘(성장 산업의 일시적 정체)에도 불구하고 미중갈등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 확대와 미래 수요로 인해 리튬 생산·추출 공법은 다양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리튬 추출 방식은 이렇다. 지하 수백m에서 염수를 뽑아낸 이후 여러개의 폰드(인공호수)를 거쳐 물을 증발시킨다. 이 과정에서 리튬 농도를 높이고 이후 불순물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보통 12~18개월이 걸린다. 햇빛에 말려 리튬을 농축하고 여기에 탄산나트륨을 첨가해 탄산리튬을 얻는다. 칠레·볼리비아·아르헨티나 등에 걸쳐 형성된 '리튬 트라이앵글(삼각지대)'에서는 이같은 '전통적인 리튬 추출'이 가능하다. 리튬 트라이앵글은 적도 인근에 있어 기온이 높으면서도 건조한 기후가 지속된다.


그동안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은 주로 함유량이 높은 광석과 염호 등에서 추출됐다. 농도가 높고 사업화에 용이하다는 특징이 있지만 배터리 산업의 성장이 빨라지면서 수급 경쟁이 붙었고 더 이상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점토, 유전 염수 등으로 개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비전통 리튬은 품위(유용원소 함유량)가 낮아 고난도의 추출 기술이 요구된다. 배터리 핵심 원료로서의 리튬 가치가 올라가고 추출 기술 역시 고도화하면서 비전통 방식 개발의 상용화 시점 역시 빨라지고 있다.

저농도의 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은 '직접리튬추출(DLE)'이다. 이 기술은 리튬의 화학적 특성을 이용해 리튬 원소를 흡착하거나 흡착제를 활용해 리튬 원소만 빼내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리튬 추출 방식에 비해 작은 규모의 공장으로도 불순물이 많고 저농도인 염수에서 리튬을 뽑아낼 수 있다. 과거에 수개월 이상 걸리던 리튬 농축 과정을 몇 시간 수준으로 단축할 수도 있다.


국내 기업들도 직접리튬추출 방식을 활용한 리튬 공급망 확보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 그룹이 가장 적극적이다. 포스코 그룹은 미국 '맥더밋 칼데라(화산폭발 후 수축으로 생긴 대형 분화구)' 인근의 점토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호주 광물 탐사·개발 전문회사인 진달리 리소스와 함께 하는 사업이다. 미국 오리건주와 네바다주 경계에 있는 맥더밋 칼데라에는 단일 지역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4000만t)의 리튬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캐나다 폐유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지열 염수를 활용한 리튬 추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에 수산화리튬을 공급하기로한 독일 '벌칸에너지' 역시 라인 계곡 상류에서 지열을 활용한 리튬 추출 최적화 플랜트를 가동하고 있다.


주요국과 기업들도 저농도의 염호·염수에서 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 도입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상업화된 적은 없다. 대규모 에너지 투입과 비용 문제를 극복하고 실제 공정에서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투자를 라일락 솔루션, 에너지X, 스탠다드 리튬, 호주의 광산업체 리오 틴토 같은 기업들이 파일럿 테스트를 완료하고 상업성 평가를 진행 중이다.


올해 2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산하 플라즈마기술연구소 연구진이 리튬 추출 과정에 이산화탄소 마이크로파 플라즈마 기술을 적용해 기존의 리튬 추출 방식 대비 3배의 리튬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인 김지훈 박사와 양종근 박사는 이산화탄소를 이온화시켜 플라즈마 상태로 처리하는 이산화탄소 마이크로파 플라즈마 기술을 활용했다. 연구진이 이산화탄소 플라즈마를 이용한 리튬 추출 방식과 기존 방식의 효율 비교를 위해 모의 염수를 활용한 비교 실험을 한 결과 플라즈마 기술을 활용한 실험이 약 3배가량 높은 추출 효율을 보였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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