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네이버의 전략적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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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야후 사태에서 네이버가 사라졌다. 외부로의 목소리 표출을 최대한 자제하며 기존 입장만 재확인하는 중이다. "지분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소프트뱅크와 협의 중"이라는 공식 입장 발표 후 정부나 언론의 질문에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7월 1일까지 일본 총무성에 제출하는 행정지도 조치 보고서에 '지분 매각과 관련된 내용이 담기지 않을 것'이라고 한국 정부가 네이버를 대신해 구체적 설명을 내놨는데도, 정작 당사자인 네이버는 '맞다, 틀리다' 입장을 내지 않는다.


일본 정부의 조치로 한국 기업이 지분을 강탈당할지 모르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질 상황임에도 네이버가 '의중'을 밝히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다. '무엇이 네이버를 위하는 길'인지 알아야 도울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복잡한 상황을 고려하면 네이버는 '속도 조절' 전략을 구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가 자본 관계 논의에 대해 "시기는 정하지 않았지만 총무성에 대한 보고 기한인 7월1일까지 정리될지는 난도가 매우 높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 주장에 즉각 반응한다면 '속도를 내고 싶은' 소프트뱅크와 일본 정부의 전략에 휩쓸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사안에 정통한 IT 업계 관계자는 "고작 52만건의 정보 유출을 빌미로 일본 정부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지분 협상 단계까지 이끌어냈다"며 "그들은 이쯤에서 빨리 딜(협상)을 끝내려고 할 것"이라는 관전평을 내놨다.


이데자와 다케 라인야후 CEO의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그는 한국법인 라인플러스 설명회에서 인수합병(M&A) 막바지에 나올 법한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역시 협상을 기정사실화 해서 네이버나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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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라인의 대만·동남아시아 사업은 지켜야 한다거나 라인 지분을 매각하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두둑이 챙겨 인공지능(AI)에 투자해야 한다는 등 여러 제언이 나오고 있다. 만약 그렇게 하는 것이 네이버에 유리하다면 네이버 역시 협상에 속도를 내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네이버가 묵묵부답과 시간 끌기에 집중하는 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일 것이다. 아예 협상 자체를 원점으로 돌려버리거나, 협상력을 최대한 높이는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네이버 그리고 직원, 주주와 대한민국 사용자의 이익'이다. 진척된 내용이 나오지 않고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며 네이버를 압박하는 여론이 한국 내에서 거세진다면 불리해지는 쪽은 소프트뱅크도 일본 정부도 아닌 네이버일 것이다. 한국 정부의 더욱 치밀하고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가 나서 네이버를 살렸다'는 성과에 매몰돼 협상을 그르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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