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 세계에 스며드는 외로움, 한국형 정책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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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하는 대신 한국의 상황도 정리해주실 수 있을까요?"


일본 최대 싱크탱크 노무라종합연구소(NRI)는 자국 20·30대 직장인이 겪는 일상 고립 문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최초로 진행한 곳이다. 본지는 '청년고립 24시' 해외 사례 취재를 위해 NRI에 인터뷰를 제의했고, NRI는 이를 수락하는 대신 한국의 상황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했다.

인터뷰이의 역제안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일본은 과거 은둔형 외톨이로 불리는 '히키코모리'를 위해 여러 정책을 고안했고, 이 때문에 한 때 은둔 문제 대책에서는 모범사례 국으로 꼽히던 나라다. 왜 한국의 상황을 역으로 알고 싶어 하는지 의문이었다.


소통을 거듭하며 의문은 금방 풀렸다. 일본도 히키코모리나 고독사 등 심화한 형태의 고립에만 집중했을 뿐, 정작 일상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외로움을 느끼고 고립되고 있는가를 살펴보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현장 전문가들이 왜 입을 모아 "일본이나 영국의 정책을 무조건 벤치마킹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는지도 이해가 됐다.


본지가 자체 실시한 20·30대 직장인의 일상 고립 관련 조사 결과를 정리해 보내자, NRI는 "일본은 아직 여성들의 목표가 결혼인 경우가 많은데, 한국 사람들이 더 독립적인 것 같다"면서도 "44.9%의 한국 청년들이 한 달에 겨우 1~3번만 가족과 대화를 나눈다는 결과는 너무 적어 놀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NRI는 청년 고립 문제에 접근하는 한국의 정책 방향이 틀린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NRI는 "정부가 고립·은둔 청년의 자립을 지원하는 청년미래센터를 설립하고, 예산을 배당하는 등 오히려 한국이 이 문제에 진정성 있게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어디가 잘하고 못한다고 말하기에는 고립 문제에 모범답안이 없다는 뜻이다. 자의든 타의든 우리는 고립돼 있고, 세계의 공통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 해결의 첫발은 내디딘 셈이다. 지금부터는 한국 사회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을 고민해 외로움이 당연하지 않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때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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