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명심' 뒤집은 '우원식 승리'가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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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 방 먹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로 5선의 우원식 의원이 선출됐다. 이 대표는 “당선자들이 판단한 것이니 이 결과가 당심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뜨끔했을 것 같다. 측근인 조정식 의원이 추미애 당선인 지지를 선언하며 물러났고, 정성호 의원마저 사퇴하면서 형성된 ‘어의추(어차피 의장은 추미애)’ 흐름이 일거에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박찬대 원내대표-추미애 국회의장-이재명 당 대표 연임 구도는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는 ‘이재명 연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박지원 당선인이 밝힌 대로 민주당이 국회의장 후보를 뽑는 과정에는 ‘明心(명심, 이재명의 마음)’이 작용했다. 박 당선인은 1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8일 이재명 대표와 점심을 하면서 1시간 반 동안 얘기를 나눴다. (그런 뒤) ‘지금은 내가 나설 때가 아니다’ 이렇게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의중을 확인하고 포기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가 직접 국회의장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 막후에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일로 이 대표가 바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 같지는 않다. 최소한 겉으로는 그렇다.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의회 구조, 친명계가 주류인 민주당 내 역학 구도, 22대 국회 초반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내부 공감대, 이 대표 외 대안부재론 등이 겹친 결과다. 우 의원 또한 선거전에서 “안정감 있게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우원식 형님이 딱 적격이죠”라고 이재명 대표가 말했다며 ‘明心마케팅’을 펼쳤다. 추 당선인만큼 강성은 아니지만 자신 또한 이 대표와 궤를 같이한다고 강조한 셈이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 지나치게 강하면 부러진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다. 그게 세상사다. 이 대표와 관련해 지난 총선 결과 특히 주목되는 지역구가 있었다. 서울 동작을이다. 이 대표는 총선 당시 이곳을 8번이나 찾아 류삼영 후보를 지원했다. 유튜브 라이브 등으로 간접적으로 지원한 것까지 합하면 더 된다. 그러나 결과는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했다. 총선에선 승리했지만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 대표는 체면을 구겼다. 표의 확장성에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번 일도 맥락이 비슷하다.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결과는 다르게 나왔다.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던 이언주, 양문석 당선인에 이어 추미애 당선인까지 악연이 부각되며 '친문'과의 틈새가 벌어지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갈등 과정에서 추미애 장관은 '내가 옳았는데 옳은 나를 잘랐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해 지금 친문하고는 다 원수가 됐다"고 언급했다. 이런 흐름은 확장성과 함께 향후 이 대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한국 정치는 '심판 선거'가 됐다. 누가 좋은가보다 누가 싫은가가 투표 기준이 됐다.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도 이런 맥락이 작용했다. 이번 결과는 힘이 있다고 밀어붙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소종섭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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