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토피아]AI發 전력 폭증, 우린 준비돼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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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며 미래의 AI를 위해서는 에너지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핵융합이나 급진적으로(radically) 저렴한 태양광 등 누구도 계획하지 못했던 거대한 규모의 무엇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AI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얼마 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력(Electricity) 2024’ 보고서에서 그 대답을 내놨다. 보고서는 2022년 460TWh(테라와트시)였던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2026년에는 620~1050TWh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나리오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최대 2배 이상 늘어난다는 것이다.


460TWh는 프랑스가 1년에 소비하는 전력과 맞먹는 규모다. 2년 뒤 1000TWh까지 확대된다면 일본의 한 해 전력 소모량과 비슷해진다.

IEA는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의 원인으로 AI와 가상화폐를 지목했다. AI를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인공지능(AI)과 가상화폐로 인해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자료. 2026년에는 시나리오에 따라 620~1050T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지출처=IEA

인공지능(AI)과 가상화폐로 인해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자료. 2026년에는 시나리오에 따라 620~1050T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지출처=I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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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확대는 전력 수요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번의 구글 검색에는 0.3Wh의 전기가 필요하다. 반면 챗GPT에서는 한 번 질문할 때마다 2.9Wh의 전기가 소모된다. 구글 검색보다 챗GPT의 전력 소모량이 약 10배나 많다는 얘기다. IEA는 이를 근거로 구글 검색이 챗GPT처럼 AI로 전환했을 때 연간 10TWh의 추가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는 AI발 전력 폭증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알파벳(구글 모회사),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해 1분기 400억달러를 투자했는데 그중 대부분은 AI를 처리하기 위한 데이터센터에 집중됐다. 이들 기업은 자신들의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에너지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원자력, 지열 등 ‘청정에너지’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 1일 MS와 브룩필드는 2030년까지 미국과 유럽에 10.5GW 규모의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MS는 또한 북미 최대 원자력발전 운영사인 콘스텔레이션에너지와도 계약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하지 못할 때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올트먼 CEO는 핵융합 스타트업인 헬리온(Helion)에 3억7500만달러를 투자했으며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인 오클로(Oklo)의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60개의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스웨덴은 지난해 8월 SMR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중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하다 보니 총선 이후로 발표 시점이 미뤄졌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냐 원자력이냐를 놓고 수년째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AI발 전력 폭증에 대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상황과 비교하면 한가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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