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로 소주의 배신'이라는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제목만 보고 "제로 소주 칼로리(kcal)가' 0이 아니었단 말이야?" 하고 화들짝 놀랐는데요. 알고 보니 일반 소주의 kcal나 당류가 워낙 적어 제로 소주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일반 소주의 경우 100㎖당 당류가 단 0.12g 들어있을 뿐이라, 결국 소주가 아닌 안주가 '내 뱃살'을 결정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제로 소주의 배신이 모든 제로 식음료의 배신을 뜻하는 건 아닙니다. 햄버거 세트 속 콜라만 봐도 알 수 있죠. 콜라(310mL)를 제로 콜라로 바꾸어 마시면 143kcal를 줄일 수 있어요.
최근 식품 업체들이 '제로' 제품을 너도나도 앞다투어 내놓고 있는데요. 쏟아지는 제로 보도자료 틈바구니에서 유난히 제 눈길을 사로잡는 제품이 있어서 한번 먹어봤습니다. 바로 롯데웰푸드의 '스크류바 0kcal'입니다. 구하기 어렵겠거니 지레짐작했는데, 다행히 동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냉동고에 가득 들어차 있더군요.
먹어보니 절대 0kcal일 수 없는 맛이 났습니다. 빙과류라 그런지 제로 콜라나 제로 사이다 등 음료에서 오는 약간의 이질감도 별로 느끼지 못했어요.
스크류바를 매일 밤 먹어도 살이 안 찐다고? 믿기지가 않아 포장지 속 성분표를 들여다봤습니다. 총 내용량 '75mL/0kcal'. 정말 제로 칼로리 맞더군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탄수화물이 18g, 하루 권장 섭취량의 6%가 들어있었습니다. 탄수화물은 분명 다이어트의 적이라 했는데…. 어떻게 칼로리가 없을 수 있을까요. 롯데웰푸드에 직접 문의해보았습니다.
알고보니 스크류바 0kcal의 단맛을 위해 설탕 대신 들어가는 알룰로오스 18g이 탄수화물로 표기된 것이었습니다. 알룰로오스는 건포도, 밀 등에 존재하는 희소 천연당인데, 98% 이상 몸에 흡수되지 않고 배출돼 칼로리가 아주 낮아 살을 찌우지 않는답니다.
물론 그렇다고 칼로리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그래서 따지고 보면 스크류바 0kcal는 틀린 말이기도 하죠. 롯데웰푸드 관계자에 따르면 스크류바 0kcal 한 개당 2kcal 가량입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 100mL당 열량이 4kcal 미만이면 무열량, 100당 또는 100mL당 당류가 0.5g 미만이면 무당류로 표기할 수 있게끔 허용한답니다. 그래서 스크류바 0kcal라는 이름이 가능한 거였죠.
사실 스크류바 0kcal는 사심이 담긴 제품 선정이었고, 커뮤니티나 SNS에서 더 핫한 제로 제품은 바로 팔도의 '비락식혜 제로'랍니다. 비락 식혜는 총 내용량 238mL/0kcal로 표기돼있네요.
달디단 제로 음료는 이미 넘쳐나니, 큰 놀라움 없이 식혜를 들이켰는데요. 정말 신기한 점을 발견했답니다. 바로 비락식혜 제로에도 '밥알'이 들어있다는 사실. 식혜 속 밥알을 좋아하는 저로선 제로 음료인 만큼 '당연히 없겠지' 하며 아쉬워했는데, 밑바닥에 밥알이 한가득 들어 있었어요.
분명히 '밥=탄수화물'이라고 했는데 …. 게다가 양도 상당했어요. 어찌 된 걸까요. 이번에는 팔도에 물어봤습니다. 알고보니 비락식혜 제로에 들어가는 밥알은 아주 특별한 공정을 거쳤더라고요. 일반 식혜와 같은 쌀을 쓰지만, 별도 공정을 통해 밥알에서 당분과 탄수화물을 뺀 섬유질(식이섬유소)만 남도록 했다고 합니다. 음식도 과학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비락식혜 역시 엄밀히 말하면 0kcal는 아니에요. 여기에도 설탕 대신 알룰로오스처럼 배출되는 대체당 에리스리톨이 들어가거든요. 1.5L 비락식혜 제로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죠. 이 제품은 총 20kcal랍니다.
스크류바도, 식혜도 '거의' 0 칼로리라고 무더위에 스크류바를 몇 개씩 먹는다거나 식혜를 계속 들이켜진 마세요. 적잖은 사람들이 제로 빙과류나 음료를 먹고 설사를 경험했다고 하거든요. 차가운 제품이라 장에 안 좋은 데다 인공감미료 부작용도 무시 못 해요. 미국 식품의약청(FDA)가 알룰로오스 섭취량에 따른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실제로 일부 피실험자가 ▲설사 ▲복부팽만 ▲복통 등 소화기 부작용을 호소했답니다. 게다가 단 제로 제품을 끊임없이 먹으면 계속 단 것이 먹고 싶은 단맛 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것도 주의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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