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정점 우려에 반도체 업계 휘청…장기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

ASML·TSMC 실적 발표에 거품 논란 커져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연관돼 주가 하락
딜로이트 "AI 반도체 필요성은 변함 없어"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호재 소식이 이어졌던 반도체 업계에 신중론이 제기됐다. 네덜란드 ASML에 이어 대만 TSMC 실적이 발표된 후 시장 기대보다 성장이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다만 장기 관점에선 AI 수요가 반도체 먹거리를 키우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란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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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반도체 업계는 다음달 진행되는 회계연도 2025년 1분기(2024년 2~4월)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주목하고 있다. AI 거품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이자 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엔비디아 실적 결과를 토대로 반도체 업황 흐름과 전망, 연관 최신 수치 등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안팎에선 최근 AI 효과로 성장세가 두드러졌던 반도체 시장이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영향에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주당 762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전일 대비 10% 하락한 수치로, 전달 25일(950.02달러)과 비교하면 한 달이 안 되는 사이에 24.67% 떨어졌다.


앞서 반도체 선단 공정에 필수로 쓰이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ASML은 1분기 노광 장비 신규 수주액이 시장 추정치의 33.3%인 36억유로라고 밝히며 시장 우려에 불을 붙인 바 있다. 엔비디아 AI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TSMC 역시 지난주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비메모리 및 파운드리 시장 전망을 하향 조정하며 낙관론에 선을 그었다.


이렇다 보니 AI 반도체에 쓰이는 메모리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도 불똥이 튄 상태다. HBM 가격이 하반기 들어 업황 둔화로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러 우려가 더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반도체 업계는 AI 효과에 따른 시장 성장이 기대보단 낮을 수 있지만 장기 관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콘퍼런스콜에서 일반적인 서버와 스마트폰, PC 등 수요가 아직은 부진한 상태라 밝히면서도 AI 수요와 관련해선 긍정 전망을 했다.


웨이 CEO는 "AI 관련 데이터센터 수요가 매우 강하다"고 강조하는가 하면 "기존 서버에서 AI 서버로 (관련 업계 예산이) 옮겨지는 것이 TSMC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회사의 성장이 매우 건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TSMC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서버용 AI 프로세서 매출 기여도가 올해 두 배 이상 증가해 전체 매출의 10% 초반 비중을 차지하고, 2028년이 되면 20%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 역시 장기 전망과 관련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딜로이트그룹은 최근 인사이트 보고서에서 올해 생성형 AI 전용 반도체 시장 규모가 500억달러를 넘길 것이라며 2027년이 되면 최소 1100억달러부터 최대 4000억달러까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거품 우려 등 보수적인 전망이 현실화할수록 시장 매출액이 줄어들 순 있지만 그렇더라도 지금 수준보단 큰 규모라는 평가도 했다.


딜로이트그룹은 "시장 규모가 1000억달러든 4000억달러든 기업들이 AI 반도체, 특히 생성형 AI 반도체가 필요할 것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며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을 확보해야만 혁신, 경제적 성공, 국가 안보를 사수할 수 있다는 기업 인식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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