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비트]"평생직장은 끝났다"…GE '70년 역사' 연수원 매각의 의미

GE, 최근 '크로톤빌' 건물 매각
잭 웰치, 리더 육성 공들여 매달 직접 수업
"지금은 회사와 직원, 서로 노려보는 시대"

편집자주[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일(Work)의 변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글로벌 인재 사관학교'로 불렸던 크로톤빌(Crotonville)이 최근 부동산 투자회사 등에 304억원에 매각되면서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크로톤빌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1956년 만들어 70년 가까이 임직원 대상 집중 교육을 하던 사내 연수원이다. GE의 전설적인 경영자 잭 웰치 전 최고경영자(CEO)가 단순한 연수원에서 차세대 리더를 키우는 인재 양성기관으로 기능을 강화했다. 웰치 전 CEO는 재직 당시 매달 크로톤빌에서 직접 강의하면서 자신의 경영 철학을 전파할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고 한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최근 매각해 화제가 된 사내 연수원이자 '글로벌 인재 사관학교' 크로톤빌 건물 외관.(사진출처=GE 홈페이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최근 매각해 화제가 된 사내 연수원이자 '글로벌 인재 사관학교' 크로톤빌 건물 외관.(사진출처=GE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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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톤빌은 직원이 본인 회사를 사랑할 수 있다는 개념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어요." 웰치 전 CEO의 아내인 수지 웰치 뉴욕대(NYT) 스턴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매각 보도 이후인 지난 16일(현지시간) WSJ에 보낸 기고문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회사와 직원이 한 팀이던 시대가 끝났다"면서 "지금은 회사와 직원들이 서로 링 끝에서 노려보는 권투선수의 모습"이라고 묘사했다. 일과 생활의 균형(워라밸)이 직장인의 최대 목표가 된 현시점에 대해 "젊은 직원들은 회사에 관심을 갖는 것을 상상할 수 없고 반대(회사가 직원에게 관심 갖는 것)도 마찬가지"라면서 "잭이 슬퍼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로톤빌이 글로벌 인재 사관학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차세대 리더로 인정받은 임직원을 한자리에 모아 교육했기 때문이다. 최고 실적을 낸 관리자나 임원 승진 가능성이 높은 직원을 선발해 교육하다 보니 선발 자체가 명예로 여겨졌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회사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익힐 뿐 아니라 회사 리더에게 직접 리더십 교육을 받았다. 웰치 전 CEO가 1983년 크로톤빌 건물 공사에 4600만달러(약 520억원)를 투입하면서 얼마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무한(Infinite)'이라고 쓴 일화도 전해진다. 이를 통해 GE는 기업문화를 형성하는 기반을 다졌다.

이러한 교육은 회사에 입사해 퇴직할 때까지 이직 없이 다니는 이른바 평생직장이 보편화한 시점에 이뤄졌다. 미국의 인적자원 관리 전문가인 피터 카펠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GE가 크로톤빌 매각을 추진한 2022년 언론 기고에서 "기업의 교육센터 폐쇄는 평생직장의 쇠퇴를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평생직장 개념이 있던 당시엔 '회사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회사는 직원을 양성하고 직원은 회사의 지향점을 익혔다.


이젠 시대가 바뀌었다. 본업과 부업을 병행하는 이른바 'N잡러'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청년 직장인의 관심이 크다. 신한은행의 '보통 사람 금융 생활 보고서 2024'에 따르면 경제활동자의 16.9%가 N잡러였고, N잡러 10명 중 6명 이상이 회사에 입사한 지 5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부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영국에서도 투잡 생활을 하는 Z세대가 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크로톤빌은 수십 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회의 공간을 대여해주는 예약제 콘퍼런스 센터가 됐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지금, 기업인은 무엇으로 직원과 '한 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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