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이준석은 어떻게 역전 드라마를 썼나

'동탄맘' 관심사 구체적으로 공략
상대 후보 약점 정확히 파고들기도
'정권심판론'도 구도상 유리하게 작용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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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지자지만 손뼉 쳐주고 싶다. 이것 보니 왜 동탄 시민들이 뽑아줬는지 알 것 같다."


최근 뒤늦게 화제가 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총선 유세 영상에 달린 한 유권자의 의견이다. 제22대 총선 최대 이변 중 하나로 꼽히는 이 대표의 경기 화성을 당선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유권자들은 이 대표의 진심이 담긴 행보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입을 모았다. 그와 함께 유세 현장을 지킨 측근들은 이 대표에게서 '광기(狂氣)'를 봤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총선에 대한 이 대표의 절박함이 승리를 만들어냈다는 얘기다.

이 대표가 동탄 유권자들을 단기간에 결집한 요인으로는 지역 핵심 지지층인 이른바 '동탄맘'들의 관심사를 정확히 공략한 것이 꼽힌다. 그는 대단지로 이뤄진 동탄의 유세지역 내 100곳에 달하는 각 아파트 단지를 찾아 특정 애로 및 개선 사항을 세부적으로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 예컨대 L 아파트 단지의 경우 인근 상가의 만성 우회전 차로 정체 문제, 인근 골프장 잔디 관리에 따른 약품 처리 피해 문제, 아파트 커뮤니티 내 과도한 관리비로 사우나 시설의 방치 사례 등을 지적하며 적절한 개선 사항을 제시하는 식이다.


이준석 대표가 유튜브 '여의도재건축조합' 채널을 통해 약 2시간 50분 동안 동탄 아파트 방문을 하는 영상.

이준석 대표가 유튜브 '여의도재건축조합' 채널을 통해 약 2시간 50분 동안 동탄 아파트 방문을 하는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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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유튜브 '여의도재건축조합' 채널에 약 2시간50분에 달하는 영상을 통해 동탄 4·6·7·8·9동 100여곳의 아파트 단지를 모두 방문한 내용과 거주에 불편한 사항, 자녀들의 안전에 필요한 개선 사항 등을 꼼꼼하게 짚으며 해결을 약속했다. 이 영상은 조회 수 9만회를 돌파하며 빠르게 동탄맘 카페에 퍼졌다. 동탄맘 카페란 해당 지역 내 거주하는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로, 회원수가 많게는 30만명에 달하는 곳도 있다. 정치 관련 언급이 불가한 맘 카페 원칙에도 회원들 스스로 앞장서 영상을 퍼나르며 지지를 호소했다는 후문이다.


해당 전략은 구혁모 개혁신당 대표 정무실장의 역할이 컸다. 구 실장은 제8대 지방선거에서 화성시장 후보로 출마한 전력이 있다. 그가 그동안 쌓아 놓은 동탄 지역의 애로사항 등 데이터베이스가 이번 홍보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이 대표의 진심과 열정도 무시할 수 없다. 영상을 본 많은 유권자는 진심으로 호소하는 그의 열정을 인정했다. 이 대표 역시 "젊은 층이 많고 거의 100% 아파트 지역이기에 바람 선거에 유리했고, 단기간에 여론을 만드는 게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약점을 파고든 전략도 주효했다. 공 후보가 군 복무 중인 20대 아들에게 실거래가가 30억원에 달하는 서울 성수동 주택을 증여한 점 등을 지적하며 '아빠 찬스'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토론회에서 이 후보의 계속된 지적에 공 후보는 "갭투자, 젊은이들 많이 하지 않나"라는 일반 대중이 공감하기 힘든 실책성 발언을 했다. 이 대표는 초반 20%포인트에 달했던 지지율 격차를 토론회 이후 빠르게 좁혀 나갔다. 총선 당일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서 이 대표는 공 후보에게 3.2%포인트 뒤진 것으로 나왔지만, 실제 개표에서는 42.41%를 기록하며 공 후보(39.73%)를 꺾었다.


이 대표 모친의 진심 어린 호소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이 대표의 모친인 김향자씨(66)는 지난 7일 유세차에 올라 "왼쪽 가슴은 정치인 아들 이준석, 오른쪽 가슴엔 내가 배 아파 낳은 이준석으로 (품고 있다)"며 "그래야만 버틸 수 있는 게 정치인의 가족"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아들에 대한 연민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정권심판론도 강조했다. 김씨는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 김기현 전 대표까지 그렇게 하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보수 지지자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자존심에 상처를 줬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당시 지도부와 조율되지 않은 깜짝 멘트로 동탄 내 20·30세대 및 중년층에게 진심 어린 호소라고 평가됐다.


이번 선거를 움직였던 '정권심판론' 또한 이 대표에게 크게 도움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권심판론이 떠오르면서 이 대표와 공 후보 간 대결로 선택지가 좁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이번 이 대표의 당선에 대해 실력으로 자신의 정치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이 대표의 총선 승리를 낮게 봤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준석은 괜찮은 정치인이다. 당선을 축하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총선에서 끝까지 함께한 한 당원은 "이 대표에게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떨어지면 이제 정치를 접자는 말까지 했다"며 "그만큼 이번 총선에서 모든 역량과 진심을 쏟아낸 부분을 유권자들이 알아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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