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여성가족부 폐지'에 제동이 걸렸다.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포함)과 조국혁신당 의석이 과반 의석을 훌쩍 넘어서는 187석에 달하는 상황에서 부처 조직 개편을 위한 국회 관문을 넘어서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여가부 내부에서는 일단 ‘살아남았다’라는 의미에서 안도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정부 부처 폐지 또는 개편을 위해서는 국회에서의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하다. 과반 의석을 확보한 야당인 민주당 동의 없이는 부처 폐지를 비롯한 중요한 현안, 각종 법안이나 임명동의안, 예산안 등의 처리가 어렵다는 의미다.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 공동행동이 2022년 10월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앞서 행정안전부는 2022년 여가부 폐지,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 신설을 뼈대로 한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여당은 부총리급 기관인 ‘인구부’를 신설해 여가부 업무를 흡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최근 여가부는 1급 기획조정실장에 복지부 출신 고위공무원을 임명하는 등 총선 전부터 사실상 실무작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부처 폐지를 전면에 앞세웠던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은 ‘여가부 조직 강화’를 정책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주당은 ▲여가부의 입법·예산 및 조직 강화 ▲여가부 해체 수순으로 삭감한 청소년 예산 복원 등을 공약한 바 있다.
김가로 여가부 대변인은 총선 이후 부처 운영 방안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현재까지는 주어진 일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방침에 변함없다"며 "정부 조직개편은 입법 사항이기 때문에 국회 논의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처 내부에서는 폐지가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여가부 관계자는 "직원들도 이번 총선 이후 부처 폐지 가능성이 낮아진 것에 대해 안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와 관련해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주권자들의 준엄한 평가를 겸허히 수용해 ‘여가부 폐지’ 시도를 당장 중단하고 성평등 국가책무 실현을 위해 반여성 정책 기조를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부처 폐지와 같은 조직개편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여성 권익, 청소년 관련 기능을 축소하는 작업은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올해 여가부 예산은 전년보다 약 10% 늘었지만 여성 폭력 방지·양성평등·청소년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여당은 국민 심판을 받았고 특히 ‘이대녀(20대 여성)’들은 야권에 거의 몰표를 줬다"며 "표심을 얻기 위해 부처 폐지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역량을 강화하고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좋은 안을 내놓기 위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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