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은 당연히 보장하고, 매월 5% 이자 수익 약속드립니다.”
김재겸씨(45·가명)의 악몽이 시작된 것은 코로나19가 창궐하던 2021년 4월. 지인으로부터 오토바이 리스 사업에 투자할 것을 권유받은 김씨는 며칠 동안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뉴스에서 코로나19로 배달업이 호황을 누린다는 소식을 보고는 투자를 결심했다. 처음 몇 개월간은 약속받았던 수익금이 꼬박꼬박 들어왔다. 하지만 이내 수익금 지급이 차일피일 미뤄지더니 아예 입금되지 않는 상황까지 몰렸다. 그렇게 김씨의 투자금 수천만원은 휴지처럼 사라졌다.
오토바이 임대 및 수리업체를 운영하던 조모씨(50)와 홍모씨(46) 부부가 자동차 공업사 사장 유모씨(52)와 함께 벌인 범행은 치밀하고도 섬세하게 이뤄졌다. 이들의 계획은 배달업이 점점 성장하던 시기에 유씨가 조씨 부부에게 사업 확대를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주변 지인들에게 투자 원금은 물론 매달 5%의 수익금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에게는 투자금으로 오토바이를 구입해 배달기사들에게 임대한 뒤, 리스 비용과 수리비 등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투자자 20명으로부터 모은 금액은 무려 234억원. 하지만 이들은 오토바이를 구입하기는커녕 투자금을 받아 다른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돌려막는 데 급급했다. 이륜자동차 신고필증을 위조해 투자자들에게는 실제로 오토바이를 구입한 것처럼 속이기까지 했다. 또 중고 오토바이를 구매하고도 신차를 구매한 것처럼 위조하기도 했다. 이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위조해 교부한 이륜자동차 신고필증만 무려 90장이었다.
김씨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당시 배달 대행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시기였던 데다가 비슷한 종류의 투자 사업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었던 만큼 큰 의심을 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수익률 역시 다른 사업보다 훨씬 높은 월 5%, 다시 말해 연 60% 수준으로 높았기 때문에 쉽게 현혹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이 사건을 직접 수사했던 충남 천안동남경찰서 김기현 경위는 “수익금을 크게 부풀린 덕에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을 받아 챙길 수 있었다”면서 “사업성이 없었던 것은 물론 수익률 자체도 말도 안 되는 수치였던 점에 착안해 수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적게는 2640만원에서 많게는 96억원까지 피해를 봤다. 피해자들의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이들 일당이 처음부터 약속한 원금과 수익금을 지급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투자자들을 기망한 것으로 판단하고, 홍씨와 조씨의 아내 유씨를 구속하고, 조씨는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특히 이 과정에서 홍씨는 피해자들과 함께 조씨 부부를 고소하면서 피해자 행세를 하기까지 했다.
검찰 또한 이들의 혐의를 그대로 적용해 기소했고, 법원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올해 1월10일 1심을 맡은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전경호)는 홍씨와 유씨에게 징역 6년을, 조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도 수사기관과 마찬가지로 이들이 사업 초기부터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사기죄를 인정했다. 당시 오토바이 리스 사업의 평균 수익률이 1.5% 수준이었던 점이 결정적이었다. 재판부는 “소위 돌려막기 방식으로 운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충분히 알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들은 월 5%로 수익률을 지나치게 높게 산정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범행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며 5억원가량의 투자자 모집 수수료까지 받아 챙긴 홍씨에 대해서는 “자신의 책임을 면하고자 다른 피고인들을 고소하면서 피해자 행세를 하고 공범들에게 책임을 전가해 죄책이 더욱 무겁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홍씨는 재판 과정에서 “조씨 부부가 돌려막기 하거나, 공문서를 위조한 사실은 알지 못했다”며 사기 혐의를 부인했다.
사기 일당들은 모두 철장 신세를 지게 됐지만, 피해자들의 투자금 회복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약 11억원 상당에 대해 몰수 및 추징보전을 신청했지만, 이 가운데 몰수 보전만 법원이 인용하면서 환수금액이 2억6000여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종식됐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팬데믹에 머물러 있는 이유다.
1. 허황된 욕심을 버려라.
2. 차용증, 각서, 공정증서를 믿지 마라.
3. 사람을 믿고 거래하지 마라.
4. 법에 위반되는 거래를 하지 마라.
5. 중간 거래자를 두지 마라.
6. 항상 '직접' 철저히 확인하라.
7. 의심이 들 때 즉각 조치하라.
8. 실명을 확인하고 거래하라.
9. 평소에 사기에 관심을 가져라.
10. 믿을 수 있는 기관에 물어보라.
(서울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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