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자사 칩 생산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매출에 포함한 최근 3년간 실적을 공개했다. 새로운 회계 방식을 적용한 지난해 파운드리 매출은 189억달러로, 시장 점유율 2위인 삼성전자를 뛰어넘었다. 다만 지난해 인텔 파운드리 매출에서 외부 고객 비중은 5%에 불과했다 보니 의미 있는 사업 성과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텔은 2030년까지 파운드리 실적을 개선해 영업 마진을 30% 수준으로 키우겠단 목표를 내놨다.
인텔은 2일(현지시간) 웹세미나(웨비나)를 열고 새로운 회계 방식을 적용한 수정 실적치를 공개했다. 기존 사업 부서인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를 '인텔 파운드리 그룹'으로 격상하면서 매출 기준도 변경했는데, 이달 말 변화한 실적을 발표하기에 앞서 미리 최근 연도 실적을 안내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앞서 회사는 파운드리 사업 몸집을 키우기 위해 외부 고객 수주로 올린 매출뿐 아니라 내부에서 생산하는 칩 매출도 파운드리 실적에 포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파운드리 매출 규모가 확 커지면서 업계 2위인 삼성전자 매출 규모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날 발표에 업계 시선이 쏠린 배경이다.
인텔은 새 기준을 적용한 파운드리 매출액이 2021년 228억4900만달러, 2022년 274억9100만달러, 지난해 189억1000만달러라고 밝혔다. 매출액으로만 비교하면 이미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133억달러)을 뛰어넘은 셈이다.
다만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내부 매출 규모가 179억5700만달러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외부 매출은 9억5300만달러로 5% 비중에 그쳤다. 사업상 의미 있는 매출 증가이기보단 수치를 키우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텔은 지난해 내부 매출이 줄었지만 외부 매출은 패키징 수익 증가로 전년 대비 5억7900만달러 늘었다며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파운드리 영업손실 규모는 계속 늘어나 2021년 50억6700만달러, 2022년 51억6900만달러, 지난해 69억5500만달러에 달했다. 파운드리 후발주자로서 대만 TSMC, 삼성전자를 쫓는 상황 가운데 수익성 개선 과제가 적지 않은 것이다.
겔싱어 CEO는 2030년까지 외부 고객 매출 기준으로 파운드리 업계 2위에 오르겠다며 그사이 영업 마진을 달성하겠다고 목표했다. 또 "향후 기술 리더십과 투자 비용 안정화, 자본 효율성 추구로 영업 마진을 개선하겠다"고 예고했다. 2030년까지 비일반회계기준(non-GAAP) 그로스 마진 40%, 영업 마진 30%를 달성하며 150억달러 넘는 외부 고객 매출을 올리겠단 계획도 구체화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2일(현지시간) 웨비나를 통해 파운드리 최근 실적과 사업 구상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출처=인텔 홈페이지 갈무리]
회사는 이 과정에서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받은 보조금이 전체 투자 규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인텔은 미국에서 195억달러의 보조금 및 대출 지원을 약속받은 상태로, 세금 감면으로도 250억달러 넘는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겔싱어 CEO는 "이스라엘과 아일랜드, 독일, 폴란드 등에서도 100억 넘는 보조금이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겔싱어 CEO는 이날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도입이 늦어지면서 미국과 서방 세계가 아시아 지역의 경쟁사보다 뒤처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우리가 IDM 2.0으로 대응하게 된 이유"라고 강조했다. 앞서 인텔은 2021년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예고하며 '종합반도체기업(IDM) 2.0' 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또 IDM 2.0을 통해 무어의 법칙을 이어갈 것이라며 "첨단 패키징에서도 무어의 법칙 발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파운드리 수주를 늘리는 것이 IDM 2.0 전략의 근간이라는 설명도 했다.
인텔은 기존 발표대로 연말까지 18A(1.8나노급)를 제조 준비를 마칠 계획이다. 겔싱어 CEO는 18A 공정에서 5개 외부 고객을 확보했으며 50개가량의 테스트 칩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14A(1.4나노급) 공정에선 "하이 NA(차세대 EUV 장비)를 최초로 도입해 전력과 성능, 비용 등 모든 면에서 앞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거시(구형) 공정 사업을 위해선 대만 UMC, 이스라엘 타워세미컨덕터와 협력을 키우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편 인텔은 이날 파운드리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로렌조 플로렌스를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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