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권 심판" 元 "지역 발전"…관점 달랐던 '명룡대전'

인천 계양구을 후보 첫 토론회…여야 '대리전'
이재명 "尹정권 2년간 모든 상황들 악화됐다"
원희룡 "2년 동안 뭐하셨나…난 일하러 왔다"

인천 계양구을 후보로 맞붙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여야 '대리전' 격으로 여겨지는 토론에서 이재명 대표는 '정권 심판', 원 전 장관은 '지역 발전'을 전면에 내세웠다.


두 후보는 2일 밤 OBS 경인TV를 통해 방영된 토론회에서 지역 현안 등을 놓고 맞붙었다. 이 토론회는 계양구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1일 사전 녹화됐다. 이재명 후보는 시작부터 "경제는 한마디로 폭망했고, 한반도 평화도 위기"라며 "윤석열 정권 2년 동안 대한민국은 많이 변했고 모든 상황들이 악화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 심판해야 한다"며 "4월 10일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경쟁하는 날이 아니라, 국민과 국민에 반하는 세력 간의 전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인천 계양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가 1일 경기 부천시 OBS 경인TV에서 열린 후보자 토론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인천 계양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가 1일 경기 부천시 OBS 경인TV에서 열린 후보자 토론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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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후보는 '지역'으로 받아쳤다. 그는 "몇 달 동안 두 발로 구석구석 찾아다니면서 계양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이구동성으로 '25년간 계양 정치인이 도대체 한 게 뭐냐'고 말씀하셨다. 원희룡은 일하러 왔다"고 했다.


두 후보는 이어진 현안별 토론에서도 건건이 부딪혔다. 원 후보는 저출생 문제와 관련해서 "계양구는 0.5%대로 인천에서 출생률이 가장 낮은데, 계양구 발전이 정체돼 있는 게 원인"이라며 "지난 2년 동안 (이재명 후보는) 어떤 일을 하셨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이 후보는 "출생률은 기초지자체 수준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과제"라고 받아쳤다.


이재명 후보는 또 "돈으로 출생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씀하시면서 대선후보 토론회 땐 본인도 월 100만원 지원을 약속했다"며 "본인이 하는 것 괜찮고 다른 후보나 제가 하는 건 안 되느냐"고 반격했다. 원 후보는 "단편적으로 몇억씩 주겠다는 것보다는 주거·교육·양육, 우리 자녀들의 사회진출, 일자리 마련 등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마련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교통 분야 공약을 놓고서는 '허위사실 공표'를 언급하며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국토부 장관을 지낸 원 후보는 "지난 2년 동안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기관 협의를 추진했느냐"며 "저와는 협의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고, 이 후보는 "계양테크노밸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GTX는 국토부 차관과 유동수 의원(인천 계양구갑)과 만나서 협의한 기억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원 후보는 "그에 대한 추진사항은 장관이 모두 보고받게 돼 있는데 3기 신도시와 철도에 대해서는 유 의원이든 이 후보든 협의한 바가 전혀 없다"며 "유동수 의원이 차관을 만났다고 하셨는데 (이 후보는) 허위사실 공표로 이미 여러 번 기소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는 다시 "유동수 의원실에서 만나 협의했고, 그게 아마 어디 보도에도 나왔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인천 계양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가 1일 경기 부천시 OBS 경인TV에서 열린 후보자 토론회를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인천 계양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가 1일 경기 부천시 OBS 경인TV에서 열린 후보자 토론회를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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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가 '정권 심판'을 강조하고, 원희룡 후보가 '지역 발전'을 내세운 것처럼 두 후보의 주요 공약도 차이가 선명했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상징적 정책인 '지역화폐'를 통해 가구당 100만원씩 지급하겠다며 소득 보전 및 소상공인 매출 상승, 나아가 정부의 재정 수입 상승에도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원 후보는 지하철 2·9호선 계양 지역 연결과 재개발·재건축·재정비 촉진지역 지정 및 국비 100억원 지원, 사교육비 경감 시범지구 지정 등을 제시했다.


원희룡 후보는 이 같은 공약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계양구에서)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지구나 아파트의 이름을 하나만 대보라"며 공세를 펼쳤고, 이재명 후보는 답변을 피하다가 재차 따져 묻는 원 후보에 "본인은 외워뒀나 본데, 제가 구체적인 아파트 이름을 외우고 다니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는 '재원' 문제로 반격했다. 원 후보의 재개발·재건축 국비 지원 공약을 지적하며 "정부 예산이 없어서 R&D(연구개발) 예산까지 다 삭감하는데, 그 돈이 어디서 나와서 계양 지역에 100억원씩 지원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며 "사탕발림은 정말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원 후보는 "특별회계를 갖고 와서 국비 100억원까지, 지방 매칭으로 300억원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자부담을 줄여주고, 10년 전 무산됐던 재개발·재건축을 통합해 역세권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CBS노컷뉴스 의뢰로 지난달 28~29일 인천 계양구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51.6%로 집계됐다. 원희룡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40.3%로, 이 후보가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무선 ARS 100% 비율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 응답률은 8.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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