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터리]가성비 상권으로 통하는 힙지로 위협하는 '이것'

③힙지로에 젊은 창업인 몰려드는 이유

편집자주을지로의 다른 이름은 '힙지로'. 오래된 건물과 골목 곳곳 재건축이 뒤섞여 혼란한 모습이지만 과거와 현재가 겹쳐 있다는 점에서 묘한 매력을 준다. 한때는 산업이 쇠퇴하며 위기를 맞았으나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을지로의 생명력이 되살아났다. 특유의 감성으로 입지를 굳힌 을지로, 그리고 이곳의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만나 도시의 미래를 조망해본다.

MZ세대가 '힙지로'라고 부르며 찾는 을지로 골목은 고층 빌딩 뒤 숨어있는 낡은 건물, 그리고 그 사이에 들어서 있는 '핫플레이스'들이 한데 어울러진 공간이다. 과거 인쇄 산업의 메카였지만 지금은 젊은 창업가들이 찾는 '가성비' 상권이 됐다. 을지로의 낡은 풍경을 뉴트로(뉴+레트로)로 승화시켰고 '힙지로' 명성을 쌓았다. 섬유산업 쇠퇴로 슬럼화됐으나,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온 젊은 예술가들이 새로운 문화와 산업을 만들어 낸 뉴욕 맨해튼 소호(SOHO)와 비슷하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을지로3가역 인근 건물의 모습. 사진=윤슬기 기자 seul97@

을지로3가역 인근 건물의 모습. 사진=윤슬기 기자 seul97@

을지로 월평균 매출액 명동 제치고 중구 1위…서울 주요상권 기준 2위

을지로는 서울에서 명실상부 '가성비 상권'으로 통한다. 6일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을지로동의 지난해 4분기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은 2885만원으로 중구 내 15개 행정동 중 매출액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시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이 1486만원, 중구는 1294만원으로 을지로동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서울 전체 주요 상권을 기준으로 따져봤을 때도 을지로 상권의 매출은 높은 편이다. 서울시 145개 주요 상권 1층 점포 1만2531개를 조사한 결과 강남가로수길(61만6000원)에 이어 을지로3가(57만4000원)가 2번째를 차지했다. 주요 상권의 평균 매출액은 1제곱미터(㎡)당 37만2000원 수준. 다만 서울시가 제공하는 상권분석 서비스는 매출액 산출을 업종 전체 평균으로 한데다 추정정보도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어 투자시 평균 매출액 숫자 뿐 아니라 다른 요소들도 고려해야 한다.


을지로 일대의 신생기업 생존율(3년)도 상승하는 추세다. 3년 생존율이 높을수록 좋은 상권으로 통한다. 이 지역의 2023년 4분기 신생기업 생존율은 72.29%로, 전년 동분기 대비 2.05%, 전분기 대비 0.76% 높아졌다.


업종분포현황을 보면 소매업이 가장 많고 외식업이 늘고 있다. 전체 3065개의 점포 중 소매업 63.4%(1944개), 외식업 23.5%(720개), 서비스업 13.1%(401개)다. 특히 프랜차이즈보다 일반 개인 자영업 비율이 높았다. 명동의 경우 프랜차이즈는 487개로 일반 점포(4395개)의 11% 수준이었지만, 을지로동의 프랜차이즈 수는 100개, 일반점포는 2965개로 프랜차이즈 비중은 약 3%에 불과하다. 을지로동은 20~30대가 전체 외식업 매출의 52%를 차지할 정도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장소다.

반면 을지로의 임대료는 다른 상권보다 낮은 편이다. 서울 주요 상권의 통상임대료는 1㎡당 7만4900원(평당 24만7170원)이지만 을지로동은 을지로3가역 기준 1㎡당 6만9600원(22만9680원)으로 평균보다 7.6% 낮게 나타났다.

[을지로터리]가성비 상권으로 통하는 힙지로 위협하는 '이것'

을지로 평일·주말없는 생활인구 유입, 낮은 임대료·경쟁
을지로3가역 인근 골목의 모습. 사진=윤슬기 기자 seul97@

을지로3가역 인근 골목의 모습. 사진=윤슬기 기자 seul97@


전문가들은 을지로 상권의 강점을 힙지로가 주는 뉴트로 분위기에 젊은이들이 호응하면서 밤낮, 평일과 주말을 가릴 것 없이 생활인구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상권 입지 관련 전문가인 김영갑 KYG상권분석연구원 교수는 "을지로는 오피스 상권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보통 오피스 상권은 주말에는 장사가 안된다"며 "하지만 을지로에 이색적인 점포들이 생기면서 사람들이 주말에도 찾아오는 상권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을지로는 아주 번화한 느낌은 아니고, 오히려 낡고 오래된 건물이 많다"며 "이런 을지로 특유의 도시 풍경과 또 낮게 형성된 임대료, 권리금으로 좋은 점포들이 생기고 유명해지면서 도시가 성장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지금 당장은 을지로 점포 경쟁이 명동 등 인근 지역보다 덜 치열하더라도 향후 수요가 몰리고 재개발로 임대료가 올라가게 되면 다른 상권과 마찬가지로 '젠트리피케이션(지역 활성화에 따른 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상권이 밀려나는 현상)’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우려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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