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예산 부족으로 인해 전국 법원의 노후 청사는 수년간 방치된 채로 시설 보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법원 시설담당관실에 따르면 전국의 법원 청사 68곳 중 지은 지 20년 이상 지난 ‘노후 청사’는 32곳(47%)에 이른다. 하지만 청사 유지관리를 위한 예산은 2021~2024년 연평균 1.7% 상승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건설공사비 지수는 연평균 4.5%, 건설노임단가는 6.5%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삭감된 것이나 다름없다.
법원이 요청한 유지보수 예산 대비 실제 배정액은 △2021년 58.8% △2022년 60.4% △2023년 52.5%으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쪼들리는 살림 탓에 노후한 법원 청사 유지보수도 ‘언감생심’이다. 2021년 기준 사법부의 시설 관련 예산은 약 1498억 원이다. 인구 6만2500명인 경남 함안군의 시설비 예산 1500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미지출처=법률신문]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은 층별 누전 우려 때문에 한겨울 야근할 때에도 온풍기 하나 못트는 실정이다. 사건 수 폭증으로 청사 공간도 부족하지만 증축 추진도 하세월로 지연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한 해 퇴직하는 법관 수가 70명을 넘기 시작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 간 법원 인건비 예산의 평균 인상률(1.6%)이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3.7%)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대형로펌의 신입 변호사 초봉은 1억5000만 원을 넘으며 1호봉 판사 기본급(3800만~3950만 원, 성과상여금 등 제외)의 4배 수준으로 뛰는 등 ‘보수 비대칭’ 현상이 심화됐다. 신입 변호사 월급(약 1300만 원)이 대법원장 월급(약 1222만 원)보다 더 많아진 것이다. 2022년 사법부 예산 가운데 인건비는 1조3298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억 원(0.26%)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6~2020년 5%대를 유지하던 인건비 증가율이 2021년 1.16%로 급락하더니 2022년엔 다시 0%대로 2년 연속 4분의 1 토막으로 쪼그라들었다. 2021~2023년 3년간 인건비 인상액은 총 640억 원인데, 이는 올 한해 인상액인 641억 원에도 못 미친다. 판사들이 느끼는 ‘상대적 빈곤’이 커지면서 퇴직자도 급증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정년 퇴임을 하지 않고 퇴직한 판사는 2021년 89명으로 전년 65명 대비 40% 가까이 늘었다. 2018~2020년 3년간 명예퇴직한 판사 숫자 평균이 60명이 채 안 됐는데, 2021년부터 올해까진 매년 평균 78.8명이 법복을 벗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재판연구원이 3년 근무 계약기간이 끝나고 최근 대형로펌으로 이직했는데 30년 경력의 부장판사보다 연봉이 더 높다”며 “법원의 ‘허리’에 해당하는 지법 부장판사들의 로펌 이직도 잦아지면서 ‘판사는 돈보다 명예’란 것도 옛말이 되어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홍윤지, 이순규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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