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명문 하버드대학이 '인간 피부'로 표지를 제작한 19세기 책을 소장하다 윤리 논란에 휩싸인 후 결국 책 표지를 제거하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AP통신은 하버드대학이 1930년대 이래 100년 가까이 호턴도서관에 소장해온 프랑스 작가 아르센 우세(1815~1896)의 저서 '영혼의 운명'에 윤리적 문제가 있다는 우려를 받아들여 책 표지로 사용된 인간 피부를 제거했다고 보도했다. 하버드 대학 측은 이번 조치에 대해 "도서관과 박물관 소장품 반환 위원회가 2022년 발표된 박물관 소장품 중 인간 유해에 대한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인간 피부를 사용한 우세의 저서를 더는 소장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사람 피부로 표지를 만들어 논란이 된 하버드대학교 소장 도서 '영혼의 운명'[사진출처=AFP 연합뉴스]
이 책은 우세가 1879년 쓴 작품이다. 책의 첫 소유자였던 프랑스 의사 뤼도비크 불랑은 친구였던 우세로부터 책을 선물 받았다. 그런데 이후 불랑은 자신이 일했던 병원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여성의 피부를 동의 없이 떼어낸 후 새로운 책 표지로 만들었다. 불랑이 이 책에 끼워놓은 친필 메모에는 "인간의 영혼을 다룬 책은 인간의 피부로 감싸는 것이 마땅하다"고 적혀 있었다. 하버드대학은 1934년 이 책을 기증받았다.
하버드대학은 2014년 단백질을 식별하는 펩타이드 질량 지문 추적법을 통해 이 책 표지가 소나 양가죽이 아닌 사람 피부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호턴도서관은 "인간 피부로 책 표지를 만든다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기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16세기부터 시작됐다"면서 "과거에는 임종이 다가온 이들이 자신의 사후에도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신의 피부로 책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는 대학 측이 그 후로도 비교적 최근까지 누구든 이 책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결국 하버드대학은 해당 도서 관리에 윤리적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하버드대학은 "불랑과 인피에 대한 추가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앞으로 프랑스 당국과 협의해 책에서 제거한 인간 피부를 최종적으로 정중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또 우세의 책에서 제거한 인간 피부 표지는 대학 내 안전한 장소에 보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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