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SPC, 수사 대비해 관련 정보 빼돌려… 도상훈련도"

황재복 출국금지 여부 등 유출 정황도

SPC그룹이 허영인 회장의 배임 혐의 수사에 대비해 관련 정보를 빼돌리고 모의 훈련까지 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포착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SPC 전무 백모(구속기소)씨와 검찰수사관 김모(구속기소)씨가 2016년께부터 동향 출신 모임에서 알고 지냈고, 김씨가 SPC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서 근무하게 된 일을 계기로 본격적인 교류에 나선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 "SPC, 수사 대비해 관련 정보 빼돌려… 도상훈련도" 원본보기 아이콘

2022년 1월10일 백씨는 황재복 SPC 대표이사에게 '김씨와 검찰 조사 등에 대비하는 도상훈련을 하고 코칭을 받는 게 어떻겠냐'는 취지로 건의했고, 황 대표는 "어유 그러면 감사하지. 은혜를 잊지 않겠다"면서 적극적으로 찬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백씨의 제안을 김씨가 승낙하면서 같은 달 22일 서초구 양재동 SPC 사옥에서 도상훈련을 하기로 약속까지 성사됐다.


다만 훈련 전날 황 대표가 부담스러워하는 바람에 백씨만 김씨와 만나 수사 상황을 듣고 황 대표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방식을 바꾼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황 대표는 백씨로부터 도상훈련을 위해 김씨가 올 예정이란 사실을 보고받자 "김씨에게 맛있는 것도 사주고, 술도 사 먹여라"고 지시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시했다.


예정대로 백씨를 만난 김씨는 수사팀 검사가 작성한 'SPC그룹 계열사 부당지원 등 사건 중간수사결과' 보고서를 보여주며 수사 경과와 증거관계, 향후 사건 처리 계획 등을 자세히 설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백씨는 보고서 일부는 휴대전화로 촬영까지 했다고 한다.

이 대가로 김씨는 백씨로부터 1인당 2만8000원 상당의 점심 식사와 함께 시가 50만원 상당의 SPC그룹 제품 상품권 50장, 7만8천원 상당의 쿠키 세트가 든 쇼핑백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비롯해 김씨는 수사 기밀 등 제공 대가로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백씨와 황 대표로부터 총 16차례에 걸쳐 식사, 골프접대, 상품권, 현금, 선물 세트 등 총 623만여원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밖에도 김씨와 백씨가 황 대표의 출국금지 사실, 공조부 내부 배치표 등 개인정보도 불법적으로 주고받은 것으로 파악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백씨, 김씨, 황 대표를 차례로 구속기소 한 검찰은 허 회장을 다음 달 1일 다시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개입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허 회장은 검찰의 세 차례 소환에 불응하다 지난 25일 출석했으나 건강상 이유로 약 1시간 만에 귀가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