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 끌어모은 비결‥아라비아의 '한국상인' 이웅희[시장의 눈]

스타트업 H2O호스피탈리티 이웅희 대표
불투명했던 호텔관리시스템 문제 해결
오뚝이 같은 근성이 최대 강점

중동 '오일머니'를 끌어모으는 한국의 스타트업이 있다. 숙박, 레저 시설의 운영 대행업을 하는 테크기업 H2O호스피탈리티다. 호스피탈리티는 호텔, 관광, 여행, 레저 등 접객과 관련한 산업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웅희 대표가 2015년 창업한 H2O가 지난 10년간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받은 총 누적 투자 금액은 약 480억원에 달한다. 아부다비투자청, 사우디 투자부, 사우디관광펀드, 사우디국가개발기금 등과 줄줄이 투자계약을 맺었다.

H2O는 사우디의 40조원 규모 관광개발사업인 '홍해 프로젝트' 등 초대형 관광 프로젝트에도 주요 파트너사로 참여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H2O라는 회사의 어떤 점에 이토록 매료된 것일까.


이웅희 H2O 대표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이웅희 H2O 대표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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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O가 개발한 '플로우(flow) 솔루션'에 주목한 오일머니

"중동 지역이 유동성이 풍부해 쉽게 돈을 투자해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접근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전 세계의 좋은 딜(deal)들은 중동으로 다 몰린다. 크고 수익성이 좋은 딜이 많기 때문에 명확하게 우리가 무엇을 제공해 줄 수 있는지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우디 같은 경우엔 아직 아랍에미리트(UAE)처럼 관광 인프라가 완벽하게 구축돼 있지는 않다. 지금 엄청난 돈을 공격적으로 쏟아붓고 있고, 관광 분야에서 10조원이 넘는 기가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H2O가 소프트웨어서비스 업체로서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해 어떤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지, 어떤 성장성을 보여줄 수 있는지 명확하게 설명했다."


이 대표는 '오일머니'를 끌어모은 비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관광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중동 지역에서 H2O가 개발한 '플로우(flow) 솔루션'은 획기적인 시스템으로 여겨진다. 플로우 솔루션은 예약 후 고객이 실제 도착해서 숙박일지를 적기 전까지 고객 데이터에 '깜깜이'던 과거 호텔관리시스템(PMS)의 문제점을 해결했다.

예약은 물론 프런트 데스크에서 기다릴 필요없이 모바일로 체크인하고, 채팅앱을 통해 고객이 필요한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메시지 앱을 통해 예약부터 결제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는 점이 플로우 솔루션의 장점이다. 글로벌 호텔관리스시템 1위인 오라클 호스피탈리티(OPERA)와 연동된 것도 글로벌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호텔 입장에선 고객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고객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호텔과의 경쟁에서 큰 도움이 된다. 호텔 측이 필요한 것만 골라서 붙여 쓸 수 있도록 모듈 형태로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만들었다.


H2O는 국내 하이원리조트, 롯데호텔과 솔루션 서비스 계약을 바탕으로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등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했다. 2020년에는 본격적으로 유명 호텔 및 리조트에 솔루션 계약을 하면서 글로벌 관광 업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2024년 4월 현재 H2O의 솔루션을 사용하는 세계 객실수는 21만실에 달한다. H2O는 일본,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부다비 등에 해외지사를 갖추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가족들과 함께 아부다비로 이사를 했다.


"제대로 된 글로벌 회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동 오일머니는 지난 50년간 해외투자를 미친듯이 했다. 그들의 관점에서 중동은 이슬람 관련 지역만이 아니라 중앙아시아, 유럽, 인도·파키스탄, 아프리카를 하나로 묶어서 본다. 우리 입장에선 다소 생소한 시각이다. 중동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유럽과 아프리카까지 커버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다. 두바이는 이미 세계 호텔 산업의 중심지가 됐다. 버즈 알 아랍, 부르즈 할리파, 최근에 오픈한 아틀란티스 더 로열 등 글로벌 최고급 호텔이 계속 생긴다. 아부다비도 관광산업에서 엄청나게 공격적이다. 글로벌 뮤지엄들이 계속 들어온다. 루브르 박물관이 이미 오픈했고, 그 옆에 구겐하임 미술관을 짓고 있다. 또 바로 옆에 셰이크 자이드 뮤지엄이라는 오페라 하우스처럼 생긴 국립 박물관이 오픈을 준비 중이다."


중동은 유럽인들에게 장기 휴양지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무더운 여름에 비해 가을, 겨울 날씨가 맑고 선선하기 때문이다. 사우디도 최근 문호를 열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관광비자도 발급하고, 국적 항공사도 하나 더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 대표에겐 엄청난 기회가 펼쳐진 셈이다.

이웅희 H2O 대표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이웅희 H2O 대표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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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99% 사람…오뚝이 근성과 패기

이웅희 대표는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다. 당시 호텔경영학과 출신의 유명 호텔 경영인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에게 자신의 호텔체인의 장점을 물었더니 '세계 정상급 셰프', '최고급 호텔침구' 등 물품이나 사람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호텔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흐름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답은 없었다.


그는 럭셔리 유명 호텔체인들이 100년 전과 같은 운영방식을 고수한다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남다른 발상과 열정은 국내외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중동 '오일머니' 외에도 카카오인베스트먼트, KDB산업은행, 삼성벤처투자, IMM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내로라하는 투자사들이 H2O의 주요 투자사로 든든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 대표의 최대 강점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같은 근성이다.


"저는 일의 99%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들이 좋은 마음으로 일하면 결과는 좋을 수밖에 없다. 진심으로 이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의 목표치를 하나로 통일하고 계속해서 환기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H2O를 처음 발굴한 액셀러레이터 대표님이 저를 '바퀴벌레'라고 불렀다.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는다고 했다. 그만큼 고생을 많이 했다. 사업을 하면서 국가 간의 외교 이슈나 갈등은 사전에 대비하기 어렵다. 하지만 저는 굴하지 않는다. 저에게 가족을 제외한 모든 것을 다 뺏고, 사막 한복판에 던져놓으면 모래를 팔아서라도 여기까지 다시 올 수 있을 것 같다. 지켜봐 달라."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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