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잔액 비중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시중은행이 이번주까지 잇달아 임시 이사회를 열고 투자 손실에 대한 자율 배상 방침을 결의한다.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데 이어 하나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이 임시 이사회 일정을 확정했고,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도 조만간 이사회 의결을 거쳐 자율배상 방침을 밝힐 계획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 중 자율배상안 논의를 위한 임시 이사회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던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이번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자율배상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지난 11일 금감원이 제시한 분쟁조정기준안 기초로 한 예상 손실 배상 규모를 이사회에 보고하고, 손실 배상금을 1분기 실적에 반영하는 안건을 승인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7조8000억원어치 홍콩H지수 ELS를 판매한 국민은행은 이번주 후반 임시 이사회를 소집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금감원 분쟁조정기준안 발표 이후 2021년 1월부터 7월까지 판매한 홍콩H지수 ELS 계좌를 전수 조사해왔다. TF는 조만간 전수조사 결과를 도출해 이사회에 제출하고, 이사회는 이 결과를 토대로 자율배상 방향을 결의할 전망이다.
신한은행도 이번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는 게 목표다. 2조4000억원어치 홍콩H지수 ELS를 판매한 신한은행은 지난해 6월부터 관련 TF를 가동했고, 자율배상 시 예상 배상액과 배상비율 규모 등 시나리오 검토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앞서 지난 21일 사전 간담회를 통해 이사들과 소통한 만큼 26일 주주총회 직후 임시 이사회를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시중은행들은 우리은행 자율배상 결정을 전후로 임시 이사회 날짜를 결정했다. 하나은행은 오는 27일 이사회에서 자율 배상안을 논의한다. 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도 28일 이사회에서 배상안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이번 주부터 4월 ELS 만기가 돌아오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개별 접촉을 한 이후 이르면 4월 중 손실 배상에 나설 계획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3월 말 잇따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자율배상안 결의에 나선 배경에는 4월 초부터 열리는 금감원의 분쟁조정위원회 절차에 최대한 속도를 맞추기 위한 고민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손실 배상 충당금과 관련한 회계처리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사전적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주 후반 임시 이사회를 개최할 계획인 국민은행은 1분기 실적에 약 1조원의 충당금을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분조위 이후에는 판매사별 제재 절차도 시작될 것인 만큼 홍콩ELS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변수를 고려해 판매사의 입장을 먼저 밝히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요 시중은행들이 1분기 실적에 반영할 배상금 관련 손실 규모는 최소 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2021년 1월부터 7월까지 판매된 상품이 총 10조500억원이다. 손실률을 50%로 잡고, 평균 배상률은 40%로 계산했을 때 6개 은행이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는 약 2조원으로 추산된다. 다만 모든 시중은행이 총 배상 규모와 평균 배상 비율에 대한 언급에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개별 협상의 결과와 앞으로 홍콩H지수의 추이에 따라 배상 규모가 시시각각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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