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금리 결정 몰린 '빅위크'…美日행보에 눈길

미국, 일본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결정 회의가 대거 몰린 '빅 위크'가 시작됐다. 특히 마이너스 금리 종료를 앞둔 일본은행(BOJ)과 새 점도표를 공개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행보에 시장의 눈길이 쏠린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주에는 파키스탄을 시작으로 미국, 일본, 영국, 호주, 모로코, 인도네시아, 아이슬란드, 체코, 브라질, 스위스, 멕시코, 러시아, 콜롬비아 등이 통화정책 결정에 나설 예정이다. 전 세계 거래량 상위 10개 통화 중 6개 통화를 포함해 주간 기준으로 올 들어 가장 많은 국가의 금리 결정이 몰린 것이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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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이목이 집중된 곳은 Fed다. Fed는 오는 19~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현 5.25~5.5%인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현재 3월 동결 가능성을 99% 반영 중이다. 최근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을 웃돌면서 5월 동결 전망도 한 달 전 70% 안팎에서 이날 92%대까지 올랐다.

이르면 6월 인하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사는 새롭게 공개되는 점도표(dot plot)이다. 앞서 Fed는 작년 12월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 전망치를 4.5~4.75%로 제시하며 총 0.75%포인트 금리 인하가 가능함을 시사했다. 하지만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새 점도표에서 올해 인하 폭을 축소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잇따른다. 최근 Fed 당국자들 역시 신중한 인하 방침을 거듭 강조해왔다.


투자자들은 FOMC 직후 열리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향후 통화정책 행보에 대한 힌트를 찾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부스 설문조사 결과, 이코노미스트 3분의 2 이상은 올해 금리 인하가 두차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Fed의 기존 점도표와 동일한 세 차례 인하 기대가 확인되는 시장의 전망보다 다소 매파적이다.


하버드대의 제이슨 퍼만은 "Fed는 금리를 인하하고 싶어한다"면서도 "데이터는 이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라스트마일(마지막 단계)이 상당히 완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드리드 카를로스 3세 대학의 에비 파파 교수 역시 "최근 수치 상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어, 중앙은행으로선 너무 이르게 개입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2%에 가까워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진단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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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금리 빅위크에서 주시해야 할 다른 곳은 일본이다. BOJ가 오는 19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드디어 마이너스 금리를 정책을 끝내고 17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일본은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앞서 BOJ가 금리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정의했던 ‘임금 인상을 수반한 2%대 물가 목표’가 충족된 만큼 이번 회의에서의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이미 물가 목표치를 웃돌았고 기업 임금인상 폭도 5%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주 일본 최대 노조조직인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올해 춘투 임금협상에서 정규직 임금인상률이 평균 5.28%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마이너스 금리 해제와 함께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도 철폐하고 상장지수펀드(ETF)·부동산 리츠(REITs) 신규 매입도 중단될 전망이다. 다만 국채 매입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BOJ가 전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지금 당장 종료할지, 4월까지 기다릴지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키무라 다로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일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긴축을 하기엔 이르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월요일인 18일에는 파키스탄이, 화요일인 19일에는 호주와 모로코도 통화정책 결정에 나선다. 파키스탄의 경우 국제통화기금(IMF) 관리팀의 방문을 앞두고 현 금리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호주중앙은행 역시 금리 동결이 예상된다.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이번 회의에서 향후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멘트가 나올 것인지에 쏠린다.


오는 20일에는 중국, 인도네시아, 아이슬란드, 체코, 브라질이 금리를 결정한다. 중국은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 결정을 앞두고 이날 1~2월 소매판매, 고정자산투자, 산업생산 등 경제지표도 공개했다. 올 들어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증가율은 둔화했고 부동산 투자는 1년 새 8% 감소했다.


이밖에 21일에는 스위스, 노르웨이, 영국, 멕시코, 파라과이, 튀르키예. 대만에서 금요일인 22일에는 러시아, 콜롬비아 등에서 통화정책결정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J) 당국자들이 앞서 통화정책 완화 조치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번 주 공개되는 인플레이션 지표 등 경제지표가 관건이다. 현재로선 스위스, 노르웨이 등과 함께 동결이 유력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한 각국 통화당국의 인식이 눈에 띄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서 "기존까지 통화정책 결정이 대체로 동조화됐다면 이제는 대조적으로 다양한 정책 역학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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