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또 짐쌌다…'저출산 정리해고' 당하는 보육교사들[사회 덮친 인구소멸]

사라지는 어린이집 ①
6년간 감소세, 교사 6645명 줄어
복귀 2달된 교사, 원아 부족으로 해고
별다른 대책 없이 사실상 '정리해고'

"이제는 0세 원아가 모집이 안 된다. 상반기까지는 계속 어려울 것 같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최근 보육교사 한 명이 해고됐다. 영아반 신규 원아가 모집이 안 되면서 반을 꾸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해고된 교사는 육아휴직 후 복귀한 지 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비교적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교사가 해고 대상이 된 것이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도 사정이 있었다고 했다. 원장 A씨는 "새로 뽑은 원아들 일부가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그만둬서 3명가량이 비게 됐다"며 "1~2명이면 끌고 가려고 했지만 원아 모집이 아예 안 되면서 선생님을 어쩔 수 없이 줄이게 됐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매년 1000명씩 사라지는 보육교사들

지난 1월26일 경기 가평군에 있는 주식회사 남이섬 직장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와 아이들이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지난 1월26일 경기 가평군에 있는 주식회사 남이섬 직장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와 아이들이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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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여파로 서울에서도 어린이집 원아 수가 급감하면서 어린이집과 보육교사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 3일 서울시를 통해 지난해 12월 기준 어린이집 및 보육교사 통계를 확인한 결과, 서울시 전체 어린이집 개수는 2022년 4712개에서 지난해 4321개로 391개가 줄었다. 이는 원아 수가 16만7472명에서 15만5251명으로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보육통계를 살펴보면 2017년 이래 어린이집 수는 6년간 꾸준히 줄어왔다. 2017년 6226개였던 어린이집이 지난해 4321개로 6년 사이 1905곳의 어린이집이 폐업했다. 같은 기간 원아는 8만명가량이 줄었다. 매년 1만명씩 원아가 줄고 있는 셈이다.

원아 수가 줄면서 보육교사 수도 같이 줄었다. 지난해 서울시 어린이집 보육교사 수는 4만9783명으로, 2022년 5만946명보다 1163명이 감소했다. 지난 6년간 보육교사는 총 6645명이 줄었다. 매년 1000~2000명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1년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한 어린이집 근무 경력은 평균 5년9개월이다. 특히 국공립과 민간·가정 어린이집의 경우 4년 전후다. 한 교사당 평균 1~2곳의 어린이집으로 이직하는 상황이다.


실제 보육교사들도 최근 어린이집 수가 줄면서 다른 일자리를 찾아봐야 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고 한다. 한 어린이집 교사 B씨는 "어린이집이 폐원돼 일자리를 잃고 실업급여를 받거나 다른 기관으로 이직하는 일이 최근 2년 사이 많아졌다"며 "아파트 대단지 안에 있는 어린이집은 그나마 상황이 괜찮지만 주택 주변에 있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많이 폐원한다"고 말했다. 원아 수 감소로 어린이집의 운영 자금이 줄어들면서 교사들에게 줄 수 있는 수당에 영향을 미치거나, 교사 수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해고 막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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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에 따르면 사용자가 경영상의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경우 근로자 동의를 받고 30일 전 해고 예고를 하면 권고사직이 가능하다. 다만 보육교사는 해고가 부당하다고 생각할 경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박대진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공인노무사)은 "보육교사들이 실제 구제받을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사실상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보육교사의 처우를 위한 별도의 제도나 법이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교사들에게 상담과 같은 간접 지원을 하는 수밖에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린이집에서는 학급반 수가 줄어들어 부득이하게 교사를 해고해야 할 경우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노무사 등의 협조를 받아서 미리 고지하거나 해당 교사와 면담, 협의를 통해 해고를 진행한다고 한다"며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보육 교직원 심리 상담과 함께 노무 상담 등 법률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복지부 등 관계 부처는 저출산으로 보육교사 처우가 불안정해지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저출산으로 원아 수 감소가 계속되고 있어서 어린이집 인센티브, 보육료 인상 등 현재 지원 외에 추가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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