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그룹 총괄부회장이 8일 회장 자리에 올랐다. 2006년 부회장에 오른 후 18년 만에 이뤄진 승진 인사다. 지난해 이마트 창립 이후 적자를 기록했고, 신세계그룹 매출이 감소하는 등 사업 환경이 악화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을 내세웠다.
신세계그룹은 이날 “정용진 신임 회장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환경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이 같은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명희 회장은 그룹 총괄회장으로서 신세계그룹 총수의 역할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정 회장은 신세계그룹에 입사한 지 28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회장은 1987년 경복고, 1994년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1995년 신세계 그룹에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처음 발을 들였다. 2년 뒤인 1997년 기획조정실 상무, 2000년 경영지원실 부사장을 맡았고 2006년 12월에는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정 회장은 이번 승진 인사로 기존보다 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사는 신세계그룹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쿠팡, 알리와 같은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대형마트와 같은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정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는 지난해 쿠팡에 업계 1위 자리를 넘겨줬다. 이마트는 매출액으로 29조4772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300억원을 더 벌어들였지만, 쿠팡(31조8298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이마트는 지난해 별도 기준(본업) 영업이익으로 1880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27%나 쪼그라들었지만, 쿠팡은 영업이익으로 6174억원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정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총괄사장이 맡은 백화점 부문도 마찬가지다. 신세계는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전년 대비 12.4% 급감한 4399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기존과는 다른 완전히 다른 차원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정 회장의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신성장동력이 될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빠른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해 말 경영전략실을 기능 중심의 컨트롤타워로 개편했다.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를 내세워 전략실 수장도 8년 만에 교체했다. 내부 구조도 재무 본부와 지원본부에서 재무와 기획을 담당하는 ‘경영총괄’, 인사를 담당하는 ‘경영지원총괄’로 나눠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보좌하는 경영전략실 본연의 역할을 강화했다.
신세계그룹 측은 "과거 ‘1등 유통 기업’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며 "이번 인사로 치열하게 변화하는 혁신기업으로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그룹의 ‘남매경영’ 체제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이 대형마트 부문인 이마트와 호텔·식품 부문을, 여동생인 정유경 총괄사장은 백화점·면세점 부문을 맡았다. 그룹의 구심점은 정 회장에게 두되 백화점 부문에서 정 총괄사장의 주도권은 유지될 것이란 후문이다. 지분구조를 보면 이 총괄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0%씩 보유하고 있고, 정 회장은 이마트 지분 18.56%를,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 지분 18.56%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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