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에 경고 대신 윤리의식 강조한 정부…"이태석 신부 헌신 되새겨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행정·사법 처리 경고 없어
전날 尹 '엄중 대응' 지시…국민 불안 낮추는 게 우선
비상진료대책 추진 및 의료 개혁 강조…수가 전폭 인상

정부가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에게 경고 대신 윤리의식을 강조하며 복귀를 재차 요청했다. 전날(6일) 윤석열 대통령의 '엄중 대응' 지침에 있었던 만큼 정부 차원에서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낮추고 의사들에게는 퇴로가 보장돼 있음을 전하기 위한 메시지로 읽힌다. 특히 정부는 화재 현장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환자들을 구한 간호사들과 고(故) 이태석 신부의 헌신적인 행동을 언급하며 복귀를 촉구했다.


7일 오전 정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국가적 의료 위기 가운데에서 나보다 위급한 환자를 우선 생각해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그간 사회 각계 지도층의 복귀 호소에도 불구하고 불법 집단행동을 이어가며 의료현장의 혼란을 야기한 전공의들에게는 매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형병원이 병상 수와 인력을 줄이는 등 축소 운영에 들어간 7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내원객들이 항암주사 치료 접수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대형병원이 병상 수와 인력을 줄이는 등 축소 운영에 들어간 7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내원객들이 항암주사 치료 접수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이날 회의를 주재한 이한경 중대본 재2총괄조정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해 경기 의정부에서 발생한 요양병원 화재 당시 적극적이고 기민한 대처로 인명피해를 막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사례를 꺼내며 "사람 살리는 의사로서 지금이라도 병원으로 돌아와 아픈 환자의 곁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들에게는 비상진료대책의 조속한 추진을 약속했다. 이 조정관은 전날 정부의 1285억원 규모의 예비비 지출 의결을 언급하며 "예비비는 주로 의료인력의 비상 당직 인건비와 전공의 공백을 대체할 의료인력을 채용하는 비용으로 사용될 계획"이라며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기금도 공공의료기관 인력의 인건비로 지원될 예정으로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그 곁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에게 합당한 보상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정부의 의료 개혁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응급·고난도 수술에 대한 수가를 전폭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대표적으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조속히 제정해 의사의 법적 소송 부담을 줄이는 한편 환자의 의료사고 입증 부담도 함께 줄이겠다는 계획을 꺼냈다.

이날 정부는 앞선 중대본 회의와 다르게 행정·사법 처리에 대한 경고보다는 의사들에게 윤리 의식을 지켜달라는 메시지에 집중했다. 전날 윤 대통령이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스스로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며 자유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불법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하라는 지시를 내린 만큼, 연이틀 경고 메시지를 내기보다는 수위를 낮춰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 신부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조정관은 "이 신부의 숭고한 정신과 헌신을 되새기며 의사 여러분이 있을 곳인 환자 곁에서 생명을 살리는 '흰 가운'의 의사로서 국민들의 존경과 신뢰를 다시 회복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편 정부는 전날까지 전공의들이 소속된 수련병원에 대한 현장 점검을 마쳤다. 전공의들이 돌아와서 근무하는지 실제로 눈으로 확인해 복귀 여부를 판단한 것이다. 정부가 지난 5일부터 의료현장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의사면허 3개월 정지) 사전통지서를 발송하고 있는 가운데, 현장 점검 결과 발송 대상은 8000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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