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이 2023년 11월 6일 용산구 대통령실 일대에서 '공무원 악성 민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공노총]
각종 민원에 시달리고 신상까지 공개된 김포시청 30대 주무관 A씨의 안타까운 죽음은 악성민원이 공무원에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를 보여준다. A씨는 지난달 29일 김포 도로에서 진행된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와 관련해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항의성 민원을 접했다. 일상적인 민원으로 끝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한 온라인카페에서 신상이 공개되면서 항의가 폭주했다. A씨의 죽음이 악성민원과 인과관계가 얼마나 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유족의 말을 빌리면 A씨는 민원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무원은 A씨 뿐만이 아니다. 최근 대표적 사례가 이른바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이다. 지난해 7월 18일 서이초에서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던 고인이 학교 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돼 사회에 충격을 줬다. 고인은 평소 학부모 민원과 문제학생 지도에 고충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 조사 결과 ‘학부모 갑질’ 등 구체적인 혐의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교사 수십만 명이 참여한 ‘교권회복 운동’의 불씨가 됐고,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교권회복 4법’의 국회 통과마저 끌어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교사의 유족에게 순직 인정 사실을 통보했다.
지난해 서울 성북구청에서 실시한 악성민원대비 훈련 모습 [사진제공=성북구청]
국민권익위의 통계를 보면 지난 2019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정신질환에 따른 공무상 재해를 청구한 공무원은 1131명이었다. 지난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극단적 선택을 한 공립 초·중·고 교사는 100명으로 집계됐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노총)은 악성민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정부와 국회를 향해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공노총이 지난해 8월 21일부터 9월 8일까지 소속 조합원 706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84%가 최근 5년 사이에 악성 민원을 받은 것으로 답했다. 악성 민원을 받은 횟수는 월평균 1~3회가 42.3%로 가장 많았고, 월평균 1회 미만이 30%, 월평균 6회 이상이 15.6%, 월평균 4~5회가 12.1%로 뒤를 이었다. 주요 악성 민원으로는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민원 요구가 가장 많았고 ▲적절한 응대에도 상습적 민원 제기▲ 욕설 및 폭언 등 언어폭력 등도 주요 사례로 지적했다. 악성 민원을 받은 후 겪은 후유증으로 ▲ 퇴근 후에도 당시의 감정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많았고 ▲ 업무 집중력 감소 등 무기력함 ▲새로운 민원인을 상대하는데 두려움 등이 있다고 답변도 주를 이뤘다.
현재 근무처의 악성 민원 대응 방법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 응답자의 88.3%가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고, 악성 민원 대응과 관련해 기관에서 76.3%가 적절한 조치가 없다고 답했다. 악성 민원 대응에 대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악성 민원인의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악성 민원인에 대해 기관이 주체가 되어 고발 조치 ▲악성 민원 전담 대응 조직 구성 등도 필요하다고 꼽았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이 2023년 11월 6일 용산구 대통령실 일대에서 '공무원 악성 민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공노총]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은 "공무원 노동자에 대한 악성 민원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임금과 더불어 악성 민원이 이직의 주요 사유가 되는 만큼 악성 민원이 공직사회 전반에 얼마나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이번 설문조사에서 증명됐다"면서 "상대적 을에 대한 갑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시점인 만큼 악성 민원으로부터 공무원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에 법적·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하도록 요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형태 시군구연맹 청년위원장은 "대한민국 공무원 노동자는 국민 전체의 봉사자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있지만, 정부의 일방적 희생 강요와 더불어 악성 민원의 물리적·정신적 폭력에 시달리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공무원이라면 그 정도 감수해라!’라는 주변의 시선에 고통과 아픔을 내색하지 못하고 신음하다 결국엔 공직사회를 떠나는 선배·동료·후배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과 함께 그러한 현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공무원은 무조건 참고 견뎌라!’라는 생각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면서 "악의적인 마음을 품고 민원을 가장해 공무원 노동자를 공격하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일러스트=김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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