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오현경 영결식…이순재 "나도 곧 갈테니 다같이 만나세"

마로니에공원서 대한민국연극인장 엄수
연극인·문화예술인 100여 명 고인 영면 기원

"누구 있냐? 아직도 자빠져 자고 있어?" 고인의 육성이 야외 공연장을 울렸다.


지난 1일 별세한 연극배우 오현경의 연극인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배우 이순재가 헌화 후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1일 별세한 연극배우 오현경의 연극인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배우 이순재가 헌화 후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70년 연기 인생을 걸어온 연극배우 고(故) 오현경(88)의 영결식이 5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야외공연장에서 대한민국연극인장으로 엄수됐다.

이날 오전 9시께 치러진 영결식에는 유족과 연극계 선후배 및 동료들, 문화예술계 인사 등 1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영결식 사회는 배우 이대연이 맡았다. 이어 고인의 대학 후배인 이성열 연출가가 고인의 약력을 소개했고, 고인의 육성이 담긴 연극 '봄날'의 공연 일부를 감상했다.


뛰어난 발음과 화술을 자랑했던 고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동료 연극인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손정우 한국연극협회 회장은 "선생님은 암 투병 중에서도 연기의 품위를 잃지 않으려 스스로를 채찍질하셨다. 대사 한 줄이라도 틀리면 밤잠을 설칠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시며 연극인의 자세를 보여주셨다"며 "후배 배우들에게 전문가의 평론이나 각종 연기상, 매스컴의 주목 등을 받지 못하더라도 아쉬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배우의 자존심은 단 한 명의 관객 뇌리에 남는 것이라고 강조하셨다"고 추모사를 낭독했다.


지난 1일 별세한 연극배우 오현경의 연극인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딸인 배우 오지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1일 별세한 연극배우 오현경의 연극인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딸인 배우 오지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배우 정동환은 조사를 통해 "1973년 드라마센터에서 연극 ‘초분’(草墳)을 연습할 때 선생님과 처음 만났다. 그때 선생님은 제게 화술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이후에도 선생님을 뵐 때마다 화술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하셨다"며 "지난해 LG아트센터에서 연극 ‘토카타’를 보러 오신 선생님을 뵌 것이 마지막이 됐다. 50년 인연이 극장에서 시작해 극장에서 막을 내렸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고인과 실험극장 창립동인으로 활동했던 배우 이순재는 "오현경은 고등학교 후배이자 나와는 1964년 TBC(동양방송) 창립 멤버였다. 실험극장으로 활동하던 당시 우리는 국어사전을 펴놓고 화술을 공부할 정도로 화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당시 함께 했던 배우 이낙훈, 김동훈, 김성옥, 김순철 모두 다 세상을 떠났다. 그들이 먼저 기다리고 있으니 잘 만나면 좋겠다. 나도 곧 갈 테니 그곳에서 다시 만나세"라고 작별 인사를 전했다.

지난 1일 별세한 연극배우 오현경의 연극인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딸인 배우 오지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1일 별세한 연극배우 오현경의 연극인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딸인 배우 오지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배우로 활동하는 고인의 딸 오지혜는 "지난해 머리 수술을 받으시고 인지능력을 테스트하는데 직업이 뭐냐고 물으니 아주 힘있게 배우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며 "아버지는 연기를 종교처럼 품고 한길을 걸어오신 분"이라고 회상했다.


이날 고인은 생전 무대를 올렸던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본 뒤 식장을 떠났다. 유족들이 고인의 영정을 들었고, 연극인들이 뒤따르며 마지막을 배웅했다.


앞서 고인은 작년 8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투병 생활을 해오다 지난 1일 8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천안공원묘원으로 이장된 고인은 영원한 안식에 든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