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도시 소음보다 조용히…UAM 내년 말 수도권 하늘 난다

올 8월부터 아라뱃길·한강 등에서 실증 비행
미국·유럽 선도…한국, 그랜드 챌린지 '강세'
정부, 사람 태운 UAM 상용화 내년 말 계획

"사람을 태운 도심항공교통(UAM) 상용화는 2025년 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관광,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UAM이 활용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미국과 유럽이 선도하는 UAM 시장에서 한국의 기세가 만만찮다. 자유로운 실증 환경 속에 전 세계 우수한 기체가 한데 모인 것. 전남 고흥에 테스트베드를 둔 국내 기업들은 '그랜드 챌린지'(GC)를 통한 경쟁과 UAM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력을 동시에 하고 있다.

UAM은 도심 내 친환경 전기동력 수직 이착륙기(eVTOL) 등을 이용해 승객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새로운 항공교통 체계를 말한다. 사람을 태운다는 점에서 드론과 구분되고, 내연기관 엔진을 쓰는 헬리콥터와 달리 전기모터로 움직여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오는 2040년 글로벌 UAM 시장은 731조원 규모의 성장이 예상된다.

고흥 하늘 위 'UAM' 내년 상용화 준비 "문제없어"

국내 기술로 개발한 도심항공교통(UAM) 기체 '오파브'(OPPAV) 모습 / 사진=노경조 기자

국내 기술로 개발한 도심항공교통(UAM) 기체 '오파브'(OPPAV) 모습 / 사진=노경조 기자



지난달 28일 찾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고흥항공센터 내 UAM 실증단지에는 현대자동차 컨소시엄(현대차, 대한항공, 인천국제공항공사, KT, 현대건설)이 입주해 있었다. 이들은 항우연이 개발한 UAM 기체인 '오파브'(OPPAV)가 오는 8월 아라뱃길 상공을 거쳐 내년 4~5월 한강 위를 다닐 수 있게 시험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곳에서 기체 안전성, 소음 등 검증 항목을 통과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컨소시엄 각 사는 UAM 기체, 버티포트, 통신 인프라·플랫폼, 교통 관리, 운항 등을 성격에 맞게 담당한다. 예컨대 대한항공은 최적화 노선을 바탕으로 운항 통제 시스템을 짜고, 승인받은 후 실제 기체가 움직일 때 비행 전 구간의 기상 변화, 공역 상황 등을 살펴 데이터를 전송한다. 기장이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역할 수행에 있어 오류는 없는지 등을 실증단지에서 개발시험(DT)을 통해 점검한다. 이날 오파브의 소음 측정 비행 역시 각 사의 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는지를 확인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항우연 측은 설명했다.

오파브는 오후 4시 20분께 이륙해 시속 170㎞ 속도로 큰 원을 그리며 하늘을 날았다. 650㎏의 1인승 몸체가 무인으로 작동됐으며, 활주로 바닥 등에 설치된 80여개의 마이크로폰이 소음을 담아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같이 띄운 드론 소리 때문인지 오파브가 참관 위치 가까이 왔을 때 특별히 시끄럽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실제 소음 수준은 130m 상공에서 61.5dBA(가중데시벨)로 측정됐다. 소음 측정 단위인 'dBA'는 귀로 느끼는 소리의 크기를 더 잘 나타내기 위해 가중치를 준 값으로, 소음이 두 배가 되면 6dBA 정도 차이가 난다. 따라서 헬기(80~85dBA)나 도시 소음(65dBA)과 비교하면 오파브는 꽤 조용한 셈이다.


다만, 오파브는 기체 개발 및 인증 기술 확보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소음 저감 기술은 온전히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향후 2~6인승을 제작해 실증과 달리 상용화 초기에는 조종사가 함께 탑승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UAM 자율 비행을 목표로 하지만, 기술 개발에 드는 시간과 대중 수용성, 안전성 등을 고려해 상용화부터 10여년간은 조종사가 같이 탈 전망"이라며 "이는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사도 관심 갖는 GC…경쟁 속 생태계 구축

정기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장이 지난달 28일 전남 고흥항공센터에서 'K-UAM 그랜드 챌린지 개요 및 추진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노경조 기자

정기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장이 지난달 28일 전남 고흥항공센터에서 'K-UAM 그랜드 챌린지 개요 및 추진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노경조 기자



UAM은 자율주행차와 비교해 상용화 속도가 빠르다. 당장 프랑스는 오는 7월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UAM 운항을 선보일 예정이다. 미국 최초로 민간 인증을 획득할 조비(Joby) 에비에이션 기체는 내년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 승객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미국산 기체인 아처(Archer)도 내년 시카고에서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 일본은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서 UAM 시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 가운데 한국은 기존 항공법령에 대한 규제 특례, 실증·시범사업 체계 등을 규정하는 UAM법을 제정해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오는 4월 시행되는 UAM법은 최소한의 안전 규제를 적용한다. 총 46개사, 7개 컨소시엄이 참여한 GC도 한몫한다. 사실상 삼성 빼고는 다 들어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참여율을 자랑한다고 국토부와 항우연은 전했다.


GC는 오파브 외에 여러 기체가 공존하는 것이 특징이다. SK텔레콤과 한화시스템, 한국공항공사가 주를 이루는 'K-UAM 드림팀'은 조비사의 기체를 도입할 예정인데다 한화시스템 자체 기체도 개발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 LG유플러스, GS건설이 함께하는 'UAM 퓨처팀'은 영국 버티칼(Vertical) 에비에이션의 기체를 쓴다. 내로라하는 기체들이 한국에 모여 실증 준비를 하니 데이터베이스(DB) 구축에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정기훈 항우연 국장은 "GC는 미국 나사(NASA)와 업무협약(MOU)이 맺어져 있다. 이는 항공우주산업에 있어 어깨를 동등하게 하는 것"이라며 "가상 통합 환경 시스템을 구축해 주요 플레이어를 가상 공간에 집적하고, 법과 절차를 현실과 똑같이 트레이닝해서 문제가 없으면 실증으로 이어가는 구조에 해외에서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GC가 순위를 가르는 토너먼트 방식이 아닌 점도 눈에 띈다. 실증 시험을 통과한 컨소시엄이면 UAM 상용화가 가능하다. 단순 경쟁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선도를 위한 생태계 조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최승욱 국토교통부 도심항공교통정책과장은 "시험 통과 여부에 따라 상용화 시기는 차이가 있겠지만, 아라뱃길과 한강, 탄천에서 실증을 거쳐 내년 말 수도권에서 첫 서비스하고, 2026년부터는 다양한 유형의 선도 사업을 전국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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