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 26년 만에 최저…“정부 개입 수준”

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가 26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추가 약세 흐름마저 보이자 현지 금융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미르 함자 아지잔 말레이시아 제2재무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통화 약세에 대한 질의를 받고 링깃화의 과도한 약세를 제한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네가라 은행(중앙은행)이 보유 달러화를 매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링깃화 가치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링깃화 가치를 방어하고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어느 시점에서 외환보유고에 있는 달러화를 매도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는 이달 중순 기준 약 1150억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달러 대비 링깃화 환율은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전날 달러·링깃화 환율은 달러당 4.7690링깃을 나타냈다. 올해 들어 3.5% 추가 하락했다. 링깃화 가치 하락 요인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주요 교역국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등 대외적 요인이 주로 꼽힌다.


링깃화 약세는 말레이시아에서 수입 비중이 높은 소비재 가격 상승을 일으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검토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네가라 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네가라 은행은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3.0%까지 인상한 후 네 차례 금리를 동결해왔다.


링깃화 추가 약세 우려도 나온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 싱가포르화교은행(OCBC),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달러 대비 링깃화 환율이 달러당 4.8링깃화까지 하락할 경우 당국이 개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링깃화 가치 하락에 대한 시장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 경제 펀더멘탈(기초 체력)이 강한 데다 올해 경제성장이 개선되면서 통화가 다시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의 지난해 국내총생산은(GDP) 성장률은 3.7%로 22년 만에 최고 성장률을 달성한 전년(8.7%)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성장률이 최대 5%로 개선될 수 있다는 게 당국 전망이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분석가들은 링깃화가 연말까지 달러당 4.5링깃화로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압둘 라시드 가푸르 네가라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27일 “긍정적인 경제 전망을 고려할 때 링깃화가 더 높게 거래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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