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수첩]변수 많은 시장…안전자산 ‘채권’에 주목하라

이한재 신한은행 신한패밀리오피스 반포센터 PB팀장

모두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금리'가 모든 자산을 채찍질하고 있어서다. 지난해까지의 금리는 '더 오랫동안, 더 높이(Higher for Longer)'로 일관됐지만, 지금은 여러 실물지표를 통해 금리 인하의 시기와 속도를 예측해야 하는 조금 더 복잡한 상황에 놓여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엔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지만, 최근엔 챗GPT 등으로 촉발된 인공지능(AI) 모멘텀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여전히 뜨겁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섹터의 주식은 물론 여전히 매력적이다. 다만 현 금리가 고점이라는 시장의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채권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기 좋은 시점이라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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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에는 주식 투자처럼 다양한 투자 전략이 있다. 크게는 채권 보유에 따른 이자수익을 노리는 투자,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 차익을 추구하는 투자로 나눠볼 수 있다. 전자엔 국채를 비롯한 단기 우량채권에 투자해 확정된 높은 이자를 받는 전략이 있다. 최근처럼 금리가 하락하는 시기에 단기 채권에 투자할 경우, 만기 도래 후 재투자 시엔 이전보다 낮은 금리로 투자해야 하는 '재투자 리스크'를 염두에 둬야 한다.

단기 우량채는 아니지만, 최근엔 5년 콜옵션이 있는 영구채 성격의 조건부자본증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 금리가 고점이라고 판단할 시 향후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5년 이상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발행회사가 부실해질 경우 일반 채권과 비교해 손실 보상 순위가 낮은 만큼 투자 전 발행기관의 신용도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채권의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차익을 노리는 투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가중 평균 만기(듀레이션·Duration)가 긴 중장기채권에 투자하게 된다. 채권의 가격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에 따른 가격 변동이 크기 때문에 향후 금리 인하를 예상할 경우 높은 수익을 노려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그만큼 높은 변동성을 지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10년 이상의 장기채권에 투자할 경우, 일반 회사채보다 디폴트 리스크가 적은 국채 위주의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 또 단기채와 장기채에 동시에 투자해 안정적인 이자 수익과 높은 매매 차익을 동시에 추구해 리스크 대비 기대수익률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바벨 전략'도 고려해볼 만하다.

해외채권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환헤지'를 이용한 전략을 고려해 봄 직하다. 최근 신용등급이 우수하고 금리도 높은 미국 국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태인데,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이에 따른 환차손이 채권투자 수익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이런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환헤지를 이용한 채권상품이다. 다만 환헤지 상품 역시 양국 간 금리차만큼의 환헤지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를 꼭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브라질 채권을 필두로 한 이머징 마켓 채권투자도 수년간 인기를 끌고 있다. 브라질 국채는 10년물 기준 연 10% 넘는 이자수익이 발생하고, 이자수익과 매매 차익 모두가 비과세인 장점이 있다. 단, 과거 2010년 이후 브라질 거시경제가 악화하면서 상당한 환차손이 발생했던 사례도 있다. 그런 만큼 이머징 마켓 채권투자는 환율을 비롯한 여러 거시경제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해야 한다.


'금리는 모든 금융자산의 중력이다.' 채권왕이라 불리는 미국 투자가 빌 그로스(Bill H. Gross)의 명언 중 하나다. 금리가 금융시장, 특히 채권시장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표현한 얘기다. 올해는 '2개의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선거의 해(미국 대선 등)'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물가 향방 등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여러 변수가 있는 시기다. 그런 만큼 '안전자산'으로 채권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지도 모른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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