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새벽시장서 명함 뿌렸더니…" 현대차 판매왕의 인생 조언은

3년 연속 현대차 판매왕 인터뷰
김기양 현대차 대전지점 영업이사
오전 6시 전 출근 업무 루틴…부지런함이 비결
기존 고객이 지인 소개 '이삭줍기' 영업 방식
해약 고객에 끝까지 친절…전문성 공부 필수

"지점을 옮기고 새벽마다 농수산물 도매시장에 가서 명함을 뿌렸습니다. 딱 5년을 하고 나니까 진짜 제 고객이 생기더라고요."


김기양 현대자동차 대전지점 이사(사진)는 3년 연속 판매왕에 올랐다. 1991년 10월 입사 이후 지난해까지 그가 판매한 자동차는 6194대. 한 달에 16대, 적어도 이틀에 1대씩은 계약을 따낸 셈이다.

김기양 현대차 대전지점 영업이사[사진=현대차]

김기양 현대차 대전지점 영업이사[사진=현대차]


김 이사는 어릴 적 유복한 환경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다며 스스로 젊은 시절을 '절실함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수줍음을 극복하기 위해 해병대도 자원입대할 정도로 소심한 성격이었다. 입사 후 7년 차까지는 회사에서 욕먹지 않을 정도로 일하는, 항상 어중간한 성과를 내는 사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로 다니던 지점이 지금의 대전지점으로 통폐합되면서 그의 시각도 달라졌다. 큰 지점에 와보니 그의 한 달 실적을 하루에 채우는 선배들이 수두룩했다. 가장이 된 이후 어깨에 짊어진 책임의 무게도 무거워졌다. 이때부터 일 잘하는 선배의 노하우를 곁눈질로 배우기 시작했다.


김 이사는 "결국은 부지런하게 시간을 쪼개 움직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일이 많아서 밀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시간이 있는데 일을 미루는 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의 일과는 오전 5시 반부터 시작된다. 6시 전까지 출근한 후 조용한 사무실에서 오전 8시까지 모든 서류 업무를 마친다. 8시 반 아침 회의에 참석하고 출고 차량의 점검·배송, 고객 상담 등의 업무를 한다. 저녁 7~8시쯤에는 전국으로 출장을 다닌다. 계약을 원하는 고객의 퇴근 시간에 맞춰 계약서를 들고 직접 찾아가는 것이다.

보통 지역지점 출신 영업왕이라 하면 동창회, 향우회 등 저녁 모임 술자리를 통한 인맥 영업을 상상한다. 하지만 김 이사는 술·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다. 나가는 모임도 한두 개뿐이다. 대신 고객 한명 한명에게 성심을 다한다. 그 고객이 지인을 소개해 준다. 김 이사의 고객군엔 법인 고객(대량 구매)이 전혀 없다. 김 이사의 표현에 따르면 일명 '이삭줍기' 영업 방식이다.


이는 발품을 팔아 만들어졌다. 김 이사는 매일 주변 아파트 지하 주차장과 새벽 농산물 도매시장을 들른 후 출근했다. 보이는 중고차마다 명함을 꽂아놓고 도매시장에 새벽 장을 보러온 상인들에게 명함을 나눠줬다. 꼬박 5년을 하고 나서야 그를 찾는 고객이 생기기 시작했다.


판매왕의 또 다른 비결은 친절이다. 김 이사는 "계약 진행 중 중도 해약 고객에게 특히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며 "나중에라도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연락 달라고 웃으면서 보내드리면 반드시 다시 연락이 온다"고 말했다.


김기양 현대차 대전지점 영업이사[사진=현대차]

김기양 현대차 대전지점 영업이사[사진=현대차]


전문성을 위한 공부도 필수다. 제품은 물론 교통법규, 보험약관까지 모두 꿰고 있어야 손님을 대할 때 자신감이 나온다. 주요 차종의 생산·출고 일정 등 사내 소식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 이사는 "요즘은 고객들의 제품에 대한 정보 수준이 매우 높기에 그에 맞춘 전문 지식을 갖춰야 한다"며 "단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수요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차종 컨설팅이 영업 사원의 주된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2021년 처음으로 전국 판매 1등을 차지하기 전까지 10여년 동안 전국 판매 톱10 순위에 들었다. 김 이사는 2등에서 1등으로 올라서기까지 과정이 더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김 이사는 "2·3등에 들기까지도 열심히 살았는데 1등의 벽은 너무 깨기 어려웠다"며 "1년 목표보다는 분기별, 월별 목표를 쪼개서 세우는 습관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항상 긴장하고 이루지 못한 단기 목표는 수정하면서 실천 가능한 목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전화 한 통을 받은 김 이사는 해약 고객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며 기뻐했다. 그의 좌우명은 '변명하지 말자'다. 나태해진 자신에 대해 변명을 하지 말자는 의미다. 김 이사는 "고객에게 실수했을 때는 변명 없이 깔끔하게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그보다 실수를 안 하면 더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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