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원 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은행권이 선거 입후보자를 대상으로 한 수시입출금식 상품을 선보여 관심을 끈다. 1000억원대의 선거자금을 유치할 기회이기도 하지만, 은행권에선 실익이 크지 않은 만큼 공익적인 목적이 더 크다고 설명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부산은행은 전날 선거입후보자 등을 대상으로 한 수시입출금 상품인 '당선 드림(Dream) 통장'을 출시했다. 2006년 최초 출시, 17년간 선거 때마다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해 온 기존 부산은행의 '선거비용관리통장'을 당선드림통장으로 리뉴얼해 새롭게 선보인 것이다.
이 상품은 공직선거 입후보자 본인, 입후보자가 지정하는 회계책임자, 입후보자 후원회, 시·군·구 선거관리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하며, 영업점 창구를 통해 계좌개설이 가능한 상품이다. 선거일(4월 10일) 1개월 후인 5월10일까지 각종 수수료를 면제하는 혜택도 제공한다.
선거용 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비단 부산은행만의 일은 아니다. 부산은행의 자매은행인 BNK경남은행은 '당선통장', DGB대구은행은 'DGB당선통장', 광주은행은 '당선기원통장'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성격의 선거용 상품을 선보였다. 이들 역시 각종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주요 시중은행도 비슷한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KB국민은행도 오는 4월9일까지 '당선통장'을 판매한다. 오는 6월9일까지 이 통장을 이용한 전자금융 이체 수수료, 선거관리위원회 제출용 입출금거래명세 및 잔액 증명서 발급 수수료를 면제하는 것이 특징이다. 신한은행 또한 올 초부터 '한마음당선기원통장'을 판매 중이며,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 역시 각기 '당선기원통장'과 '오~필승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은행권이 선거철마다 주기적으로 입후보자용 입출금상품을 내놓는 것은 일차적으론 수신유치의 목적이 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지역구(253개) 출마자 수는 1118명으로, 이들의 선거비용 지출 총액은 약 1116억원에 달했다. 1인당 평균 금액은 약 9983만원(선거비용 제한액 평균 1억8200만원) 수준이다. 선거기간 수개월 동안 1000억원이 넘는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날 기준 선관위 등록정당은 51개, 창당준비위원회가 15개이고 이번 선거의 지역구 선거비용 제한액이 평균 2억1800만원임을 고려하면 볼륨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수신고 유치는 선거용 상품 운용의 주된 목적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322조9621억원에 달한다. 선거를 전후로 비교적 단시간에 자금 소요가 많고, 선거 이후엔 선거 당국 보고를 위한 장부 정리가 필요한 선거자금의 특성상 유의미한 수신고 유치 수단이 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은행 중에선 별도의 선거용 상품을 운용하지 않는 곳도 있다.
선거용 통장이 등장하기 시작할 때는 1990년대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개정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에 관한 법률(현 공직선거법)'에서 정당이나 후보자가 회계책임자를 선임·신고할 때는 선거사무소·연락소재지를 주 영업 구역으로 하는 금융기관에 선거비용 수입·지출을 위한 예금계좌를 개설하도록 하고, 모든 선거비용의 수입과 지출을 이 예금계좌를 통해 하도록 규정하면서다.
이후 국민은행(현 KB국민은행)을 필두로 여러 시중·지방은행이 해당 상품을 선보였다. 그러나 당시에도 은행이 거둔 실익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선거자금의 특성이다. 실익보단 '공명선거' 지원이라는 공익적 목적이 더 컸다.
이 때문에 수신고 유치보다는 예비 국회의원의 선거 자금 계좌를 유치함으로써 확보하는 지역 사회 내에서의 위상 강화, 후원회 계좌 유치 등 부가적인 목적이 더 크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선거자금의 특성과 규모를 고려할 때 (선거자금 유치로) 얻는 실익은 크지 않다"면서 "원활한 선거 운영을 지원한다는 의미로 봐도 좋다"고 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영·호남 등 지역에선 지방은행이 갖는 위상이 큰 만큼 실익보단 상징적인 의미가 더욱 크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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