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셔 본 음료만 대략 5000종 정도. 카페인이나 당분이 많은 음료를 한꺼번에 많이 마셔야 하는 품평회 날에는 불면증에 시달리곤 한다."
매출 기준 국내 1위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서 음료 메뉴 기획부터 개발까지 전 과정을 진두지휘하는 이명훈 음료팀장(44세)은 2015년 스타벅스에 합류하기 전까지 SPC 던킨 등에서 음료 개발을 꾸준히 해 온 전문가다.
21일 이명훈 스타벅스 음료팀장이 서울시 중구 스타벅스 본사에서 본인이 개발한 '바닐라 크림 콜드브루'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문혜원 기자
서울 스타벅스 본사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난 이 팀장은 “음료 개발파트 소속 팀원 1명당 연간 100개 정도의 제품 개발을 시도해 팀 전체가 회사 내부에서 평가받는 음료는 600개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개발 메뉴가 워낙 많다 보니 입사 후 마셔 본 음료만 대략 5000종 정도인데, 사내 품평회 날에는 카페인이나 당분이 많은 음료를 한꺼번에 많이 마시기 때문에 기분이 필요 이상으로 좋아지거나,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후유증을 겪는다"고 덧붙였다.
음료 메뉴 1개를 개발하는 시간은 짧으면 4개월에서 통상 1년까지도 걸린다. 그는 "특히 새해, 여름, 가을, 크리스마스 등 시즌 프로모션 상품군은 음료팀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메뉴기 때문에 개발 기간이 가장 오래 걸린다"고 전했다.
이 팀장과 팀원들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히트상품은 ‘얼·죽·아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열풍의 일등공신 콜드브루다. 이 팀장이 스타벅스에 합류한 뒤 가장 처음 개발에 참여한 제품이기도 하다. 미국 본사의 제안을 받아 약 1년간 국내 개발 과정을 거쳤다. 2016년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출시된 후 지금까지 연평균 30% 이상의 매출 신장으로 ‘대박’을 쳤다. 누적 판매 수량은 1억7000만잔. 이 팀장과 음료팀은 콜드브루의 인기에 힘입어 돌체 콜드브루, 바닐라 콜드브루, 오트 콜드브루, 비자림 콜드브루 등 11가지의 다양한 베리에이션(변형된 제품)까지 개발해냈다.
이 팀장은 콜드브루의 인기 요인으로 기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는 다른 특유의 맛과 스타벅스만의 신선함을 꼽는다. 콜드브루는 차가운 물로 20시간 동안 천천히 소량씩 추출한 아이스 커피 음료다. 스타벅스의 콜드브루는 매일 매장에서 파트너들이 직접 추출하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에서 느껴질 수 있는 콜드브루 특유의 이상한 냄새가 없다.
베스트셀러 콜드브루 개발을 시작으로 이 팀장은 문경 오미자 피지오, 고흥 유자티 블렌디드 등 ‘지역상생음료’와 북한산 레몬 얼그레이 블렌디드 같은 스페셜 매장 전용 음료 등 개발·출시하는 제품마다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그 결과 입사 8년 만에 음료팀 팀장 자리를 맡았다.
또 다른 히트작 문경 오미자 피지오를 개발할 당시에는 꼬박 1년 동안 문경 곳곳을 돌아다니느라 서울에서 미국 시애틀 거리만큼 이동했다. 그는 “오미자 발효 과정에서 통 안에 담긴 설탕이 가라앉지 않도록 규칙적으로 뒤집어주는 일을 직접 하면서 제품 개발을 하는 등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이 현재 음료를 개발할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은 레시피의 간소화다. 현장에서 파트너(바리스타)들이 음료를 제조할 때 최대한 쉽고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팀장은 “맛있는 음료 레시피는 자칫 복잡해질 수 있지만, 최대한 간단하게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 팀의 업무"라며 “가끔 파트너들로부터 제조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고객 항의 소식을 들으면 낮·밤 근무 시간 상관없이 사무실로 돌아와 레시피 연구를 이어간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다음 달 슈크림 라테를 봄 시즌 메뉴로 재출시할 계획이다. 4월에는 지금까지 맛보지 못한 새로운 원재료를 사용한 피지오 신제품 라인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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