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과도한 벌금 및 과태료 부과를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각종 벌금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에 대한 단속과 엄정한 대처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이는 친시장적 분위기를 조성해 민간 주도의 경제 회복을 이끌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21일 중국 경제전문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국무원은 최근 '과태료 설정 및 집행에 대한 추가 규제 및 감독에 관한 지도 의견'을 발표하고, 과태료·벌금의 부당한 증가와 불법 처분 등의 문제를 엄중히 조사·처벌한다고 밝혔다. 관련 '의견'은 행정처벌법의 원칙에 따라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 안전, 건강과 관련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과태료는 최소금액의 10배를 초과하지 않아야 하고, 최고 벌금을 임의로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언급됐다.
법 집행을 이유로 불법적인 전자기술 장비를 동원해 모니터링하는 것에 대해서도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법적 모니터링 장비 사용은 즉시 중단하고, 법적·기술적 검토를 거친 뒤에만 관련 정보를 수집해 분석·판단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과태료나 벌금을 부과하는 과정에서도 그 액수와 부과 방법 등에 대해 전문가, 학자, 기타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과도한 벌금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산시성 위린시 첨단기술구의 한 슈퍼마켓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요구르트 4판을 60위안에 팔았다가 신고를 받고, 시장감독국으로부터 20만위안(약 3706만원)의 벌금을 받아 화제가 됐다. 또 푸저우의 한 농부가 셀러리 14위안어치를 팔았다가, 샘플링 검사에 불합격했다는 이유로 10만위안의 벌금을 부과받아 과도한 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국무원은 "기업과 대중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고, 합법화된 사업 환경을 최적화하는 데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법에 따라 벌금을 과학적으로 설정하고, 집행을 엄격히 규제하고, 과태료 조치에 대한 감독을 전면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이신은 "벌금은 행정처분의 수단 중 하나로, 개인이나 기업이 벌금을 납부하는 것은 곧 정부 수입의 증가를 의미한다"면서 "자의적 징수가 비판을 받아왔고, 경제가 하방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관계 당국의 권한 남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벌금의 대상은 대부분 민간 경제의 주체인 기업, 자영업자"라면서 "이들은 경제 발전과 성장을 촉진하고 인민의 생활을 보호하는 중요한 대상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10월 국무원은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일군의 벌금 항목 취소·조정에 관한 결정' 안건을 심의하고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그간 기업에 벌금을 부과한 행정 법규와 정부 부처별 규칙 중 33개 항목이 폐지·조정됐다. 2022년 8월에는 교통·시장 등 부문 기업 벌금 항목 53개를 폐지·조정하면서 친기업적 행보를 보였다.
한편, 중앙정부 재정예산 보고서에 따르면 각급 정부가 부과한 벌금과 행정 수수료는 2022년 기준 8500억위안에 달해 중국 전체 재정 수입의 4.2%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뤄즈헝 웨카이 증권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을 인용해 2020년에서 2022년 사이 관련 추심액이 25.9% 증가했으며, 당국이 벌금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려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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