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모델하우스)은 축제의 날처럼 붐볐다. 흠잡을 데 없이 꾸며진 3개의 방. 베란다의 실내 정원에는 물을 뿜는 작은 분수까지 있었다. 식기세척기와 세탁기가 장착된 환한 부엌을 보면서 나는 들떠 있었다. 저처럼 예쁜 공간에서 차를 마시면 남편과 나의 세계도 그렇게 환해질 것 같았다. 어쩌면 우리는 예쁜 아이를 낳을 수도 있으리라. 내 표정을 읽은 남자가 명함을 건네며 친절하게 말했다. 로열층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저희 사무실로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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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하우스는 길어야 6개월짜리 임시 가설물이지만, 인간의 꿈과 건설사가 만든 이미지를 맞교환하는 전시장이다. 건설업체들은 한 번 쓰고 버릴 모델하우스를 세우기 위해 수십억 원의 자금을 투입한다. 그런 모델하우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조명의 주방, 안락한 거실에서 우리는 평소 꿈꾸던 '스위트 홈'이 금세 눈앞으로 다가올 것 같은 환상에 빠진다. 한동안 모델하우스를 따라 집을 꾸미는 주부들이 생겨났을 정도로 모델하우스는 인테리어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문화평론가 정윤수는 "모델하우스는 꿈을 만져보는 일종의 화려한 연극 무대"라고 했다. 예컨대 우리는 가공의 거실을 걸어보고 간혹 물이 나오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싱크대 수도꼭지를 돌려본다. 모델하우스에서 하나의 연극적인 행위가 벌어지는 것이다.
인테리어 업체들이 영업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구경하는 집'이 아기자기한 소극장이라면, 모델하우스는 대형 연극 무대로 비유된다. 그런 모델하우스에서 연극적인 행위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아파트에 사는 당당한 주인공이 되어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된다. 그러나 모델하우스의 내부는 작은 실내화부터 조명, 침대, 가구 등 인테리어가 모두 '분양 마케팅'이라는 상업적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모델하우스에는 소비자를 유인하는 욕망의 이미지가 곳곳에 스며 있다. 무심코 지나칠 공간에도 건설업체들의 고도 심리전에 걸려들 수 있는 함정이 있는 셈이다.
-박원갑, <부동산 심리 수업>, 메이트북스, 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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