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사들의 집단행동과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윤석열 대통령이 전문의 집단사직·의대생 휴학에도 의료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 대 강 대치 국면에서 윤 대통령이 특수부 강골 검사의 승부사 기질을 살려 위기를 헤쳐나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사 시절부터 소신을 지키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했던 윤 대통령의 강한 뚝심 DNA가 지난 정부들이 풀지 못했던 '의료개혁'의 난제를 푸는 마스터키가 돼줄 것이란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절대 안 되는 것"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대로 처리해나갈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의료개혁 추진에 대한 대통령실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도 완고하다. 윤 대통령이 "일각에서는 2000명 증원이 과도하다며 허황한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다. 2000명 증원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확충 규모"라고 발언한 것은 의료계 집단행동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계에선 결국 정부가 타협안을 찾을 것으로 보고 의대 증원 2000명 백지화를 주장하지만, 대통령실 분위기는 과거 정부와 다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7년 동안 의대 정원을 단 1명도 늘리지 못했다"면서 "지난 30여년 동안 실패와 좌절을 거듭해 왔지만 이제 실패 자체를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일축했다.
특히 이번 의료개혁에 긍정 신호가 보이는 것은 국민 여론이다. 의료계에선 병원 이탈 등 강수로 대응했지만, 이것이 오히려 윤 대통령의 의지를 강하게 하고 지지 여론까지 더해지면서 정책 추진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21일 확인한 대통령실의 분위기도 절대 밀릴 수 없다는 긴장감이 강하다. 의료계 집단 반발을 '더이상 허용할 수 없다'는 결기마저 느껴진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의료개혁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국가의 중요한 사명"이라며 "의대 증원 숫자 2000명에 대한 조정 가능성은 없다"고 재차 못 박았다.
의료개혁의 향방을 두고 대통령실은 전 부처를 지휘해 대응하는 흐름이다. 한 참모진은 "이번조차 의료개혁이 물거품이 된다면 앞으로도 계속 끌려가게 될 것"이라며 "의료개혁은 지난 정부가 하지 못한 난제였던 만큼 윤 정부의 최대 치적이 될 수도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빈 방문 예정이었던 독일·덴마크 순방을 불과 사흘 전 이례적으로 미룬 것도 의료계에 대한 대응과 민생 행보를 위한 윤 대통령의 전격적인 결정이었다는 후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대통령실 주변에선 윤 대통령 특유의 추진력이 의료개혁에서 발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사 시절부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극적 성과를 끌어낸 만큼 의대 정원 확대를 포함한 의료개혁 추진도 관철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윤 대통령은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수원지점 여주지청장으로 있을 때 국정원 수사와 관련해 특별조사팀장의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가 대구고검으로 좌천됐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한 직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활했다.
검찰총장 시절이던 2019년에는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의 비리 의혹 수사로 인해 정권으로부터 압박받았지만 검사복을 벗고 대통령 후보로 출마해 당선까지 이뤄냈다. 이러한 윤 대통령의 경험이 이번 의료개혁을 통해 정점에 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윤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22년 11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을 “불법 행위에 관용 없이 엄정 대응하겠다”고 압박해 무릎꿇린 적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업무개시명령에도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강제이행명령, 의사면허 정지, 고발 조처를 내리겠다는 정부 방침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2000년 7월 의약분업에 반대해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혐의로 등으로 기소된 김재정 당시 의협 회장과 신상진 의권쟁취투쟁위원장의 1심 공판을 맡아 유죄를 끌어냈다. 의료개혁에 대한 국민 여론이 우호적인 데다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도 추진 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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