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의 근무지 이탈이 이틀째 이어지면서 의료 공백이 본격화됐다. 전체의 절반을 넘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 생명을 담보로 잡힌 환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의료계를 향한 비판이 커지자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빅5 병원의 전공의가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한 20일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지 이틀째인 21일 오전에도 병원 현장에서는 환자들의 혼란과 불편이 잇따랐다. 이날 서울대학교병원 종양내과에서 만난 정모씨(64)는 "약 처방 이런 것도 다 전공의가 하던 건데 지금은 전문의들이 하고 있어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들었다"고 토로했다. 정씨는 "환자를 볼모로 이런 일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어린이병동에서 만난 보호자 유모씨(40)도 "이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걱정"이라며 "이식을 앞둔 아이가 가장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오는 26일 수술 예정이었다는 한 갑상선암 환자는 수술이 취소됐다는 소식에 "암 수술 전부터 취소라니, 암 환자는 암을 키우라는 거냐"고 토로했다.
복지부는 세브란스병원 등 10곳을 현장 점검, 지금까지 총 831명의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주요 수련병원 100곳 중 50곳에도 현장 점검 후 업무개시명령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 ‘면허 정지’ 등의 행정 처분을 할 방침이다.
의료현장에서 환자들의 피해와 불편 사례가 늘면서 비판도 고조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한날한시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를 중단하는 것은 명백한 진료 거부 집단행동"이라며 "떠넘겨진 의사 업무를 다른 병원 노동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환자와 가족들을 극심한 피해와 고통으로 몰아넣는 의사들의 집단 진료 거부는 하루빨리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사업자 지위를 가진 면허 소지자들이 집단행동을 할 경우 담합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전공의 줄사직 이후 업무 부담이 늘어난 간호사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국전문간호사협회는 "PA(진료 보조) 간호사 등이 의사를 대신해 환자 곁을 지켜왔고, 수년 전 의사 파업 때도 이들은 합법과 외줄타기 업무를 감당해왔다"며 "더 이상 법에 명시되지 않은 업무를 진행할 수 없다"고 했다.
대한간호협회도 "2020년 전공의 파업 당시처럼 정부가 시키는 대로 간호사가 의료 행위에 투입돼 공백을 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빅5' 병원을 비롯한 전국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 본격적으로 병원 이탈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 20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의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전공의들의 잇따른 사직과 의사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에 대해 경찰도 신속한 수사와 엄정한 대응을 천명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의료계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핵심 인물들에 대해서는 그보다 강한 수사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이번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해 고발장이 접수되는 그날 즉시 출석 요구서를 발송할 계획이며, 불출석 의사를 밝힌 경우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등 엄중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는 21일 의료계 집단행동 대응 회의를 갖고 오후 3시 합동 브리핑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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