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는 돈이 중심이 되어 움직인다. 국가나 개인이나 돈이 없으면 해야 할 것들을 할 수가 없다. 결국 성인군자가 아닌 다음에는 누구나 돈을 쫓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유교 사회 전통의 영향인지 알 수 없으나 돈을 가벼이 여기거나 앞세우는 걸 터부시한다.
정신적인 가치를 중시하거나 봉사나 사회적 기여를 중심에 놓고 살 수는 있으나 우리는 모두 궁극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한다 할 수 있다. 종교단체조차도 필요한 사업들을 벌이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 60~70년대에 독일로, 중동으로 나간 것도 다 돈을 좇은 것이다.
조선 시대에는 노비의 수가 인구의 40%에 달했다고 하니 양반들은 노동하지 않아도 필요한 재화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 누구나 일해야 한다. 헌법에서도 노동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판·검사(법대), 의사(의대), 금융(상경대)으로 사람이 모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돈을 더 잘 벌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공무원을 선호하는 것은 직업의 안정성과 육아 등 가정을 꾸리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산업이 별 볼 일 없던 60년대는 공과대학의 섬유공학을 최고로 꼽던 시기였다. 산업 정책이나 인재 육성 정책을 돈벌이를 중심으로 살피면 새로운 해법이 나올 수 있다. 누구나 돈을 더 벌 수 있고 일신상의 리스크가 작은 곳으로 모이기 마련이다.
AI 인재, 외과·응급의학과·소아청소년과 등 바이탈 의사, 지방 의사 등에 최고의 인재들이 모이게 하려면 단순히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다른 분야보다 돈을 더 벌 수 있고 개인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을 바꿔야 한다. 정부의 조달 환경, 가치 산정 방식의 혁신, 의료수가 조정, 주식시장 제도 혁신, 법률적 리스크 완화 등을 살펴야 한다. 전문성과 노력에 대해 사회가 대가를 제대로 지불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에서 응급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없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냈는데 법적인 책임을 묻는다면 누가 그 일을 하겠는가. 중대재해법 같은 법을 경영자들에게 들이대는 것은 재해를 실질적으로 줄이지도 못하면서 경영의 리스크만 늘리는 것이다. 더구나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산업 환경도 열악한 상황에서 경영자를 범죄자로 내모는 꼴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뒷받침뿐 아니라 개인적 리스크도 제거해줘야 한다.
AI 시대가 도래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아직도 판·검사, 의사가 선호 직업의 정점에 있는 것은 인재 육성을 위한 정책, 인재 활용 정책, 산업 정책이 시대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 내 한국인 교수,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한국인, 산업체의 해외투자가 늘고 있는 것은 글로벌 관점에서는 당연하다. 그러나 국내 환경이 시대의 변화를 따르지 못하기 때문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어느 시대건 최고의 인재가 그 시대를 선도할 분야에 투입되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정책이 되어야 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에서는 인재 유출, 산업체 유출이 줄을 이을 것이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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