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비 발목' 美 1월 CPI, 또 3%대 상승…금리인하 전망 6월로 후퇴(상보)

근원 CPI 상승률도 3.9%…예상 상회
피벗 전망 시점, 5월→6월로 이동

미국의 올해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며 3%대에 머물렀다. 주거비와 식료품 가격 상승이 발목을 잡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첫 금리 인하 전망 시점이 6월 이후로 밀릴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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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1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블룸버그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각각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2.9%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전월 대비로도 0.3% 올라 예상치(0.2%)를 웃돌았다.

Fed가 눈여겨보는 지표 중 하나인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9%,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이 또한 시장 전망치(각각 3.7%, 0.3%)를 넘어섰다. 특히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4% 오른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에 해당한다. 근원 CPI는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주거비와 식료품, 자동차 보험, 의료비 상승이 CPI를 끌어올렸다. CPI 가중치의 35%를 차지하는 주거비는 전월 대비 0.6%, 전년 대비 6% 상승했다. 1월 CPI 상승분의 3분의 2가 주거비 여파였다. 주거비 상승에 서비스 물가도 전월 보다 0.7%, 전년과 비교해 5.4% 올랐다. 식료품도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2.6% 뛰었다. 의료비는 전월과 전년 대비 각각 0.7%, 0.6% 상승했다. 다만 에너지 가격이 전월 보다 0.9%, 전년 보다 4.6% 내리며 전체 CPI 상승폭을 제한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1월 CPI 상승률이 2021년 3월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2%대로 내려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1월 CPI가 당초 시장 예상을 넘어선 수준으로 뛰면서 5월 금리 인하 전망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인플레이션이 (Fed 목표치인) 2%로 지속 하락하고 있다는 더 많은 증거를 보길 원한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Fed는 인플레이션의 핵심을 서비스 부문으로 보고 주거비 비중이 덜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를 가장 주목하지만, 향후 통화정책에서 이번 CPI 상승률 추이 역시 감안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예상하는 Fed의 금리 인하 전망 시점은 5월에서 6월로 이동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오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을 38% 가량 반영하고 있다. 하루 전 60%대에서 크게 하락했다. Fed가 6월 첫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하루 전 41%대에서 현재 53%대로 상승했다.


LH 마이어의 통화정책분석 이코노미스트인 데릭 탕은 금리 인하 시점 전망과 관련해 "3월을 건너뛰려는 경향은 더욱 강해졌으며 이제는 인하 시점을 6월로 미루고 싶은 유혹이 있다"면서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경로가 험난할 것이라고 언급한 이후 당국자들은 한 차례의 상승에는 당황하지 않겠으나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이상으로 오르는 것에 대한 그들의 걱정에는 (이날 수치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 연구소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E) 이코노미스트인 애나 웡은 "1월 CPI 보고서는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 길이 순조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Fed가 5월에 금리 인하에 착수한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1월 FOMC 이후에도 3월 피벗 전망을 유지해 온 그는 "만약 이 보고서에 드러난 문제 신호가 계속되면 인하 시점이 더 늦어질 위험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피벗(pivot·통화정책 방향전환) 시점이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로 뉴욕증시에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세다. 이날 오전 10시57분 현재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26% 내리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각각 1.21%, 1.28% 밀리는 중이다.


국채 금리는 오름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1bp(1bp=0.01%포인트) 오른 4.28%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13bp 상승한 4.6% 선에서 움직이는 중이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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