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전투표 관리관 날인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부정선거 논란 등을 차단하기 위해 사전투표 용지의 관리관 도장을 인쇄하는 방식 대신 도장을 찍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이 난색을 밝혀왔던 이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을까.
한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작심한 듯 설 연휴 뒤 첫 공개 발언 첫 번째 주제로 사전투표 관리관 날인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투표제도 관련해서 선관위에 대해서 한 말씀 먼저 드리고 시작하겠다"며 "사전투표에서 사전투표관리관이 법에 정해진 대로 진짜 날인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현재 공직선거법 158조 3항에는 ‘사전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에 사전투표관리관 칸에 자신의 도장을 찍은 뒤에 선거인에게 교부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지금은 사전투표의 경우에는 도장을 찍는 게 아니라 관인이 인쇄된, 그러니까 도장이 인쇄된 용지를 그냥 나눠주고 있다"며 "법 규정과는 다르지만, 판례에서 ‘그것도 가능하다’라는 판례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근거로 하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 국민들께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이어 "저도 그렇다"며 같은 문제 의식을 갖고 있음을 재차 확인했다.
한 위원장은 본투표에서는 투표관리관의 도장이 찍혀 투표용지가 교부되는 것을 언급하며 "본투표장에서 그렇게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본투표처럼 사전투표도 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관위 측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안 한다고 하면서 인력과 시간이 많이 든다고 하는데, 인력은 우리 정부와 지자체에서 충분히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이미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투표에서도 하는 것을 똑같은 효력 있는 사전투표에서 하지 않겠다고 고집부리는 것은 국민들께서 선관위의 공정한 선거관리에 대한 의지를 의심하실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어 "절대 선관위가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런 의심의 소지조차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반드시 날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다 강조했다.
반면 선관위는 사전투표용지를 날인으로 한 것은 사전투표의 특성 때문이라고 해명하며, 한 위원장의 주장에 난색을 나타냈다. 선관위 관계자는 "사전투표는 선거일 투표와 달리 몇 명의 선거인이 투표할지 예측할 수 없고, 관내·관외 선거인의 투표 방법이 상이하여 관내·관외 투표 구역과 이동 동선의 명확한 구분이 필요해 관내·관외용 최소 두 대 이상, 여러 대의 사전투표용지 발급기를 운용하므로 1명의 투표관리관이 모든 투표용지에 직접 날인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런 이유로 관련 규칙도 마련됐다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규칙을 통해 사전투표관리관 도장을 인쇄 날인하도록 정했고(공직선거관리규칙 84조3항), 공직선거법(158조3항)의 날인 의무 대신 인쇄하는 것에 대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도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소개했다. 선관위뿐 아니라 법원에서도 인쇄 날인하는 것을 공직선거법이 정한 틀을 위반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선거일 투표는 사전에 인쇄된 투표용지를 사용하므로 투표관리관이 직접 도장을 찍어 정규의 투표용지임을 확인하는 의미가 있지만, 사전투표 시에는 유권자의 눈앞에서 바로 투표용지가 인쇄, 교부된다"며 "투표관리관 도장을 인쇄 날인하거나, 직접 날인하는 것이 큰 차이가 없어 선거관리의 공정성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선관위의 설명을 종합하면 관련 규칙도 있고, 법원 등도 위법이 아니며, 사전투표의 특수성을 고할 때 투표관리관의 도장을 인쇄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부정선거 논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특히 사전투표와 관련된 '부정선거 의혹’ 은 강경보수 인사 등이 번번이 제기했던 문제다.
사실 한 위원장은 지난 7일 관훈토론회에서도 ‘부정선거와 관련해 의견이 있냐’는 질문이 나오자 "선거 공정성에 대한 국민들의 강한 열망이 있다"며 현 정부 들어 투·개표 관련 개선 사항 등을 언급했다. 이어 "한 가지 더 돼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린다"면서 "법상 사전투표 관리관이 도장을 찍게 돼 있다. 이걸 대법원 판례와 규칙으로 도장을 안 찍어도 된다고 운영했는데 실제 도장을 꼭 찍어야 한다, 못 찍을 이유도 없다"고 밝혔었다. 당시 발언을 종합하면 한 위원장이 사전투표 시 투표관리관의 날인 문제에 천착하는 것은 '공정한 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강한 열망"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강경보수층의 지지를 의식했다는 해석도 있다. 흥미롭게도 앞서 지난해 11월 한 위원장이 이와 유사한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당시는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11월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 위원장(당시 법무부 장관)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벌인 설전을 거론하며 "이 의원이 (부정선거 관련) 질문을 하니 한 장관(한 위원장)이 계속 회피했다"면서 "한 장관(한 위원장)은 계속 그쪽(강경보수)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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