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김치 프리미엄' 노리고 수조 원 해외 송금한 일당… 법원, "무죄"

한국 가상자산거래소의 시세가 해외 거래소보다 높게 형성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수조 원의 외화를 해외로 송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당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6일 특정금융거래정보의보고및이용등에관한법률(특정금융정보법) 위반, 업무방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 등 14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22고단5940 등).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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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 등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다수의 은행을 통해 수조 원을 해외로 송금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금융당국의 눈을 피하려고 해외에 무역대금을 보내는 것처럼 꾸몄으며 거액을 원활히 송금하기 위해 무역회사로 위장한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보낸 돈으로 해외 코인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사들인 뒤 국내 거래소로 전송해 김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 팔았다.


검찰은 이들이 정부에 등록하지 않은 채 외국환 업무를 해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고 은행의 외환 송금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판사는 "A 씨 등은 은행에 송금해달라고 신청했을 뿐 실제로 송금을 실행한 주체는 은행"이라며 "송금 사무처리를 위임한 행위는 송금 그 자체와 구별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송금 사무 처리를 위임한 행위가 송금행위에 포함된다는 해석은 가능한 해석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A 씨 등의 행위를 굳이 외국환업무로 보고 규율할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이는 입법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판시했다.


박 판사는 A 씨 등이 금융정보분석원장에 신고하지 않고 가상자산거래업을 해 특정금융정보법도 위반했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서도 "A 씨 등이 특정금융정보법에서 규정한 '가상자산사업자'라기보다는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대규모 가상자산을 계속·반복적으로 거래했을 뿐"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A 씨 등이 실제 물품을 수입한 사실이 없는데도 허위로 작성한 증빙자료를 첨부해 은행에 외환 송금을 신청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은행이 이런 신청을 받아들인 것은 결국 직원의 불충분한 심사 때문이라고 판단, A 씨 등이 위계(거짓 계책)로 은행의 외환 송금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 역시 무죄로 판단했다.




박수연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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