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출렁이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가운데 이달 말로 종료가 예정된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가 연장될지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2%대의 물가 안정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물가에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름값의 안정이 필수적이어서다. 하지만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이어진 상황에서 9조원(14개월 기준) 규모의 세수 감소 조치를 이어가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6일 휘발유 가격은 전일 대비 1.38원 오른 ℓ당 1595.48원을 기록하며 1600원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서울·경기·강원·충북·제주 지역에서는 이미 1600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0월부터 16주 연속 하락하던 휘발유 가격은 중동 분쟁 확산 우려에 국제유가가 출렁이면서 17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5주째 평균 판매가는 전주 대비 15.3원 상승한 ℓ당 1579원을 기록했다.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가 17주 만에 오름세로 돌아선 6일 서울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리터당 1609원, 경유를 1539원에 판매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국제유가는 나흘 만에 반등했다. 중동 분쟁에서 첫 미군 사망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 미군의 보복 공격이 이어지면서다. 5일(현지시간) 3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0.55달러(0.76%) 오른 배럴당 72.83달러에, 4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3.41달러(0.73%) 상승한 배럴당 78.0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중동 분쟁이 확전될 가능성은 아직까지 낮지만, 이에 대한 우려감이 점차 커지면서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국제유가는 2~3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는 만큼 당분간 국내 휘발유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그동안 국내 휘발유 가격을 낮은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데 기여했던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가 2월 말로 종료된다는 점이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사라질 경우 휘발유 가격 상승 폭이 가팔라지면서 안정세로 접어들었던 물가 상승률이 다시 3%대로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
이번에도 유류세 인하 조치를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2021년 11월 한시 시행으로 도입된 유류세 인하 조치는 정권이 바뀐 뒤에도 계속 이어지며 7번이나 연장됐다. 하지만 정부는 신중한 태도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와 관련해서는 유가와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9년 만에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발생한데다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여러 세수 감면책을 내놓은 가운데 대규모 감세 조치를 이어가는 데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분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14월간 9조원으로 추산된다. 국회에서는 지난 2년간의 유류세 인하로 정유사 배만 불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유류세 인하 효과를 분석한 결과 유류세 인하액(225원) 중 판매가에 반영된 것은 138원(61%)에 불과하다며 정유사들이 유류세 인하 수혜를 상당 부분 가져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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