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은행 창구서 사라지는 ELS…소비자 선택권 제약 우려

우리은행은 ELS 계속 판매
"소비자 투자상품 선택권 보호 차원...
경력 풍부한 직원-PB창구로 한정해왔다"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사태가 이어지면서 은행권이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나섰다. 정치권·시민사회는 물론 금융당국서도 은행의 ELS 등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다만 업계에선 이런 극약 처방이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제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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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중 국민·신한·하나은행은 ELS 판매를 전면 중단키로 했다. 이들 은행 중 ELS 관련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우리은행뿐이다.


당초 은행권은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ELS 관련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거나 조정해 왔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홍콩H지수 기초 ELS의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일본 니케이225 기초 ELS의 쿠폰수익률을 낮췄고, 신한은행은 니케이225 기초 ELS의 판매를 이달부터 중단했다.

하지만 홍콩H지수 기초 ELS의 대규모 손실이 이어지며 은행 창구에서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은행권은 전면 판매 중단이란 강수를 뒀다. 일부 은행은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원금보장형 상품까지 전면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금융당국도 판매금지 등을 검토하고 나선 상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ELS 판매금지 여부를 묻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모든 금융투자상품엔 위험성이 있다"면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국민은행 측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을 고려했다"고 했고, 신한은행 측도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신탁(ELT) 상품으로 손실이 발생한 고객의 사후관리에 집중할 것"이라며 "향후 소비자 보호 제도, 상품 판매 관련 내부통제 등을 재정비한 후 판매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성급한 결정으로 은행권 창구에서 ELS가 당장 사라질 경우, 금융소비자의 금융상품 선택권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ELS는 기초자산의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면 최대 100%의 손실이 가능한 고난도 금융상품인 측면이 있으나 저금리 시기 예금 금리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2003년 첫 출시 이후 약 20년간 대표적인 투자상품으로 꼽혀왔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그간 불완전판매가 전혀 없었다고 할 순 없지만, 당국 차원의 결정이나 뚜렷한 근거 없이 갑작스럽게 판매 중단을 결정한 것이 합당한지 의문"이라며 "투자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고객에게 선택권을 제약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증권사 영업점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의 대체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춘 은행에 비할 바는 아니란 지적이다. 특히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에서 ELS 상품에 가입한 인원 중 90.5%는 오프라인(대면) 채널을 통해 가입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4대 증권사(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삼성)의 전국 지점·영업점은 242개소로 4대 은행 점포(2824개소)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권의 판매 중단은 소비자의 선택권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우리은행의 경우 금융소비자의 투자상품 선택권 보호 차원에서 ELS 상품 판매를 지속한단 방침이다. 우리은행 측은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전부터 ELS 판매창구를 프라이빗뱅킹(PB) 창구로만 제한했고, 판매인력도 필수 자격증을 보유한 경력 우수 직원으로 한정해 손실 규모가 상대적으로 미미한 편"이라며 "당국의 투자상품 관련 개선방안이 도출되면 이에 맞춰 판매계획을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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