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다이아몬드가 예전보다 싸졌다고 해도 요새는 랩그로운(Lab Grown) 다이아몬드를 더 많이 찾아요, 티도 안 나는데 3부(0.3캐럿)짜리 끼고 있는 것보다 1캐럿 끼고 있는 게 더 낫지 않겠어요”(청담동 A주얼리 전문점 관계자)
“다이아몬드가 비싸다 보니 보통 결혼할 때 많이 사는데, 요샌 그렇지 않아요, 결혼하신 분들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로 두 번째, 세 번째 다이아몬드 반지를 맞추겠다고 오시곤 합니다”(종로구 B주얼리 전문점 관계자)
28일 주얼리 업계에 따르면 최근 천연 다이아 보다 랩다이아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지고 있다. 랩다이아를 취급하는 매장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보통 55~60%의 매출이 랩다이아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연다이아 가격이 지난해 30% 넘게 폭락한 뒤 최근 가격 회복의 조짐을 보이는 등 가격 매력도가 높아져 있지만, 소비자들은 랩다이아로 관심을 키우고 있다.
랩다이아는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실험실에서 키워낸 다이아몬드다. 천연 다이아와 같은 환경에서 키워냈기 때문에 화학적, 물리적, 광학적으로 100% 동일하다. 천연 다이아의 등급을 매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불순물이 얼마나 어떻게 들어가 있는지가 중요한데 랩다이아의 경우는 통제된 실험실에서 만들어 지다 보니 맨눈으로 볼 때는 최상급의 천연 다이아와 다른 점을 느낄 수 없다. 초기에 등장했을 땐 ‘가짜 다이아’라는 시선도 있었지만, 최근엔 불편함보다는 긍정에 더 가깝다.
랩다이아에 대한 수요가 커진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공급이 한정적이고 채굴부터 가공까지 큰 비용이 수반돼 값이 비싼 천연 다이아 대비 랩다이아는 5분의 1 가격이면 구매가 가능하다. 실험실에서 언제든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금리와 고물가로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도 영향을 줬다.
다이아 감정원(GIA, IGI, AGS 등)에서도 랩다이아를 평가하고 있다는 점도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게끔 했다. 결혼반지로 다이아 반지 구매를 고민 중이라는 30대 A씨는 “천연 다이아 값이 많이 내려갔다고 하는데 명품 주얼리 가격은 계속 오르기만 한다"며 "나중에 팔 생각도 아니라서 천연 다이아를 굳이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엔 패션 반지로 랩다이아를 찾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웨딩밴드만 맞춘 결혼한 여성의 경우 '세컨드 반지'로 랩다이아를 찾거나, 결혼하지 않는 여성들도 패션 반지로 랩다이아에 관심을 넓히는 등으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 결혼반지에 이터니티니(반지 작은 알갱이 형태의 보석이 둘리어 있는 것) 형태의 가드링을 추가하기 위해 주얼리 매장을 찾는 여성 고객들도 많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유통업계도 랩다이아 전문 브랜드의 입점을 늘리는 추세다. 랩다이아 시장이 더 커질 것이란 판단이 선 것이다. 실제로 랩다이아 공식 브랜드 관을 선보이고 있는 SSG닷컴에 따르면 매달 매출이 평균 50%가량 성장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상품 수도 350개에서 800개로 2배 넘게 늘리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은 판교점에 위치한 ‘어니스트 서울’ 외에도 오는 3월 압구정 본점에서 ‘알로드(ALOD)’ 팝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도 본점에 있는 알로드 매장 외에 다음달 신세계 하남점, 3월엔 타임스퀘어점에 추가로 문을 연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이슈 등 가치소비 트렌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랩다이아에 대한 성장세는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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