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너무 적다’…韓 연기금 외면하는 외국인 에이스[Why&Next]

연기금, 외국전문인력 영입 실패
해외 수익률 높여야 하는데…사람이 없다
총액인건비 제도에 꽁꽁 묶인 연금공단
“베테랑 인력 뽑으려면 보상체계 바꿔야”

‘연봉 너무 적다’…韓 연기금 외면하는 외국인 에이스[Why&Next]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영국 런던사무소에서 일할 외국인 전문 운용인력을 영입하는 데 실패했다. 해외 투자 수익률을 높이려면 현지 사정에 밝은 현지 전문 운용역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인력 채용에 나섰지만 끝내 영입하지 못했다. 문제는 ‘몸값’이었다. 영국에서 일하는 전문 운용역은 물가 수준 등을 고려해 한국보다 2배 이상의 연봉을 받는데 이를 도저히 맞춰줄 수 없었다.


공단은 올해도 런던 현지 인력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해외 대체투자 등이 필수적인 만큼 현지의 정확한 투자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해서다. 하지만 연봉 문제를 풀지 못하면 올해도 인력 충원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많다. 공단 안팎에서는 “국민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끌어올리려면 세계에서 가장 투자를 잘하는 전문인력들에 기금 운용을 맡겨야 한다” “필요한 해외 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더욱 개선할 필요가 있다” 등의 주장이 제기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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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공단 내 전문 운용인력의 임금을 올리지 못하는 배경에는 ‘공공기관총액인건비제도’가 있다. 모든 공공기관은 이 제도에 따라 매년 기획재정부가 정한 인상률 범위 안에서 인건비를 설정해야 한다. 올해도 모든 공공기관은 기재부가 설정한 인건비 인상률 2.5%를 준수해 기본급을 올릴 수 있다. 공단에서 기금을 운용하는 전문가들도 일반직과 마찬가지로 기본급 상승률이 제한된다.


기재부는 공단의 경우 공공기관총액인건비 제도가 문제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기본급을 제한받더라도 전문 운용직 성과급 지급에는 제한이 없다는 게 근거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와의 논의를 통해 성과급 지급제한 규정도 풀었다. 기존에는 공단은 최근 3년간 평균 운용 수익률이 3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초과할 경우에만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공단 내부에서는 공공기관총액인건비제도가 여전히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건비 지급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민간 수준의 고연봉을 제시하는 게 불가능해서다. 공단 관계자는 “(기금운용직에) 고연봉을 맞춰 영입하려면 일반직의 임금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며 “특히 공단의 일반직 연봉 수준이 다른 기관들에 비해 낮은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수익률 높여야 하는데…“보상체계 안 바꾸면 한계”

그럼에도 공단은 기금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연금기금은 저출산·고령화 기조로 인해 2055년 고갈될 전망이다. 하지만 기금투자수익률을 현재 기본가정인 4.5%에서 0.5%포인트만 높여도 기금 소진이 2년 늦춰진다. 만약 수익률을 1%포인트 올리면 소진 시점이 2060년까지 늦춰지는데, 현행 보험료율(9%)을 2%포인트 올리는 것과 같은 효과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 제고를 지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연금개혁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완화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국가적 개혁과제”라면서 “국민연금이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금을 잘 지킬 수 있도록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공단은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제도개혁부터 추진하고 있다. 최근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기금운용본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우선 해외투자 및 해외사무소의 통합적 운영을 위해 ‘해외투자기획팀’을 신설했다. 한국보다 투자 규모가 큰 해외 시장에서 투자에 성공해야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단은 뉴욕, 런던, 싱가포르 등 3곳의 해외사무소를 운영 중인데, 추가로 1곳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대체투자 확대와 전략 다변화를 위한 의지도 녹여냈다. 기존 사모·벤처투자실에는 하부조직으로 사모대출투자팀을 신설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유망한 자산운용군으로 꼽히는 사모대출펀드(PDF) 투자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부동산투자실에는 부동산플랫폼투자팀이 생겼다. 상장부동산(리츠)·플랫폼에 대한 투자전략을 세우고 신규 투자대상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존 조직의 재편도 이뤄졌다. 해외채권실 산하에 있던 외환운영팀은 전략부문장 직속기구로 재편했다. 외화자산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만큼 외환운용 전략을 전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해외 투자 성과를 끌어올리려면 현지 고품질 투자 정보를 쥐고 있는 ‘베테랑’ 현지 인력을 채용해야 한다”며 “지금의 보상 수준으로는 설사 현지인을 채용한다고 해도 국내 파견 인력 수준보다 실력이 떨어져 의미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운용직 급여 수준을 올리면 일반직 임금상승률이 제약되는 구조를 개선하는 등 별도의 보상체계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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